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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일 평생 해방권

마음의 평화와 감사

by 헬렌


나는 남편에게 집안일 평생 해방권을 주었다.

이 땅에서 나와 사는 동안에는 집안일을 안 해도 되는 권리다.



남편은 집안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집안일에 관심이 없다. 그래서 나는 남편에게 집안일을 기대하지 않고 살았다. 그러나 내가 바쁠 때, 손님을 초대했을 때, 몸이 아플 때 남편이 당연히 도와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편은 내 뜻대로 알아서 스스로 도와주지 않는다. 그러면 나는 은근히 화를 낼 때도 있고 남편에게 섭섭해져서 갈등을 야기시키곤 했다.



어느 여름날 개수대의 음식물 분쇄기가 고장 나서 물이 내려가지 않는다. 설거지를 못하니 그릇은 쌓이고 냄새는 나고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미국 생활에서 수리기사를 부른다는 것은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정말 난감해하고 있을 때 남편은 온종일 유튜브를 들여다보더니 개수대에서 음식물 분쇄기를 뜯어내어 고쳐냈다. 음식물 찌꺼기가 분쇄되고 물이 시원하게 내려갔다. 정말 놀랍다! 정말 감동이다! 남편이 집안일에 관심을 보이고 긴 시간을 투자한 것과 엄청난 비용을 지불할 뻔했던 것을 생각하니 남편이 기특하기 그지없다.

이 일에 남편에게 보상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편에게 '집안일 평생 해방권'을 주었다. 남편에게 이제 집안일 안 해도 된다고 선포했다. 남편의 표정에서 보람과 기쁨이 엿보였다.



이 일 이후,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한 설거지를 남편이 너무 자주 한다.

나는

“여보, 설거지하지 마세요~”

“아이고 하지 말라 하니까 더 하고 싶네...ㅎㅎ”

“당신은 집안일 안 해도 되는 사람이에요.”

“하고 싶어서 하는거야, 은혜로 하는 거야” 한다.

내참~!

집안일 해방권을 주었더니 안 하던 집안일을 한다... ㅎㅎㅎ



예전에는 아주 가끔 어쩌다 하는 집안일에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 생각했고 내 기대에 못 미치면 짜증 내고 화도 냈는데 집안일 해방권을 선포하고 나니 내 마음에 평화가 왔다. 남편은 즐거운 마음으로 집안일을 하고 나는 남편의 소소한 관심에 감격하고 감사한다.

나에게도 엄청난 은혜다. 남편은 집안일을 안 해도 되는 사람이 내 일을 돕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가!



매일매일 감동이다!

매일매일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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