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부전자전

원칙이 중요한 사람

by 헬렌


지난 토요일 마리아와 한나가 SAT시험을 보았습니다.

마리아는 대학진학을 위한 시험이고 한나는 특수학교인 과기고를 어플라이 하기 위해 이 시험을 보았습니다.

이들에게는 중요한 시험입니다.



우리 집에는 몇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를 다 해야 컴퓨터 게임을 30분 할 수 있습니다.

마리아는 다음날 SAT시험 준비를 하느라 금요일 다하지 못한 숙제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시험을 보고 긴장이 풀리니 마리아는 게임을 먼저 하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묻습니다.

“숙제가 있는데 게임 먼저 하고 숙제해도 돼요?”

엄마가 “Yes!" 해 주기를 바랐나 봅니다. 그러나 저는

“네 마음대로 해” 했습니다.

근데 마리아는

“엄마가 결정해 주시면 안 돼요?” 합니다.

저는

“네가 알아서 결정해” 하고 결정을 마리아에게 돌렸습니다.



마리아는 원칙주의자입니다. 아빠를 닮아서...

게임을 하고 싶지만 원칙을 스스로 어기고 싶지 않았습니다.

마리아는 결국 게임하는 것을 포기하고 숙제를 먼저 하는 것을 선택합니다.



이 모습을 보며, 이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절제하고 자기를 부인하는 모습을 보니 제 마음에 측은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에게 가서

“오랜 시간 긴장하고 시험을 보았으니 잠깐 게임하며 휴식하고 숙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했더니

마리아는

“엄마, 감사합니다. 엄마가 이렇게 말해 주니 너무 좋아요.”합니다.



나를 닮지 않은 아이입니다.

애기 때도 ‘이 아이는 내 딸 같지가 않다’는 생각을 종종 했습니다.

어떻게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의 감정과 원하는 것을 하지 않고

자기가 원하지 않은 원칙을 선택합니까?

마리아는 이런 아이입니다.

원칙을 선택해야 마음이 편한 아이입니다.

그리고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는 아이입니다,

절제하는 능력이 남다른 아이입니다.



이 생각을 하고 나니 20년 전 한 청년이 생각났습니다. 마리아 아빠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제 남편에게 서운한 것, 섭섭한 것이 있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CC(Church Couple)입니다.

그때 저는 남편을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남편은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 교회에서 저와 마주칠 때 저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주지 않았습니다.

아니 따뜻한 눈길은 고사하고 얼마나 냉정하고 쌀쌀했는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차가운 표정으로 저를 대했습니다.



후에, 왜 그렇게 나에게 냉정하게 대했냐고 물으니 마음이 끌려 그 감정을 절제하느라 일부러 그렇게 했다고, 자신의 생각과 감정보다 하나님 뜻이 더 중요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합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말입니다.



저는 아직도 남편의 그때의 표정을 기억합니다.

그때 하나님의 말씀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견디며 감당하지 못했을 겁니다.

남편과 살아온 지금까지도 그때를 기억하면, 남편에 대한 섭섭함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때의 남편이 이해되지 않아 어떻게 그럴 수 있냐? 고 따지듯 물으면 남편은 초지일관,

나를 좋아해서 그렇게 했다고 말합니다.

저는 남편의 이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떻게 좋아하는 여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그런 식으로 표현할 수 있단 말입니까?

그래서 항상 그때를 기억하면 남편을 향한 서운함이 작은 상처로 남아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상처는 남편을 할퀴고 나 자신을 괴롭히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마리아의 행동을 보며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20년 전 남편의 행동이 그럴 수 있었겠구나! 마음에 원하는 것보다 원칙을 선택하는 것이 편한 사람, 자신의 감정보다 하나님 뜻이 중요한 사람... 남편이 이런 사람이구나!!’



처음으로 마리아를 통해 남편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마리아는 아빠를 닮았으니까요.

마리아의 이런 행동은 남편에게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아~ 남편이 이런 사람이었구나!’

그 아빠에 그 딸입니다.


부전자전.



keyword
이전 10화사랑하지만 그래도 아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