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무관심
복통으로 인해 심한 고통의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습니다.
아니, 복통이라고 말하기는 정도가 너무 약합니다. 독극물 감염으로 인한... 토사 광란.
미국 교회인 모교회에서 예배드릴 때입니다.
나이 드신 집사님이 따라오랍니다. (부임한 지 얼마 안 된 사모 길들이기) 그래서 따라갔습니다.
이전할 교회 화단에 나를 데리고 와서는 그곳을 헤집어 파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그곳에 도라지를 심어서 이곳에 도라지가 묻혀있다며 그 속을 파라고 하셨습니다.
작은 화단이긴 했지만 그곳을 모두 헤집으며 도라지를 찾았습니다.
그 화단에 하나 가득 도라지를 심었다는데 한 두 뿌리 작은 도라지를 찾았습니다.
영 서운해하시는 집사님이 안쓰러웠습니다.
이 일이 있은지 1년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화단이 있는 그곳으로 저희 교회가 이전했습니다
그 화단에 호박 모종을 심으려고 호미로 작은 구덩이를 만들며 흙을 파냈습니다.
그런데 뿌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자 ‘아~! 이것이 예전 찾지 못한 도라지 뿌리구나!' 하며 열심히 캐내어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냄새도 진한 도라지 향과 하얀 것이 도라지, 꼭 그것이었습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놓으니 한 접시 분량은 돼 보였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고 썰어 놓은 한 가닥을 입에 넣어 보았습니다. 쓴맛이 강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도라지 향. 그래 자연산이니까...
한참을 우려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입에 넣은 도라지를 삼켜버렸습니다.
그런데 삼키는 그 순간! #%%^*&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스러운 쓴맛이 올라왔습니다.
구역질이 났습니다.
아! 이건 도라지가 아니구나! 하고 썰어 논 모든 것을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그러고도 한동안 구토할 것 같은 쓴맛이 떠나질 않았습니다.
잠시 후 진정되었고 저녁시간을 보내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저는 침대에 눕자마자 깊은 잠을 잡니다.
그런데 그날은 눈은 감은채 잠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속이 불편해서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점점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떠보니 새벽 1시.
화장실로 달려가 설사하고 토하고... 배를 움켜쥐고... 또 화장실... 수십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있는데 옆에서 잠든 남편은 인기척도 없습니다.
점점 복통의 강도가 갈수록 심해집니다.
도저히 참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이제 숨 쉬는 것조차 고통스럽습니다.
화장실 바닥에서 뒹굴다 쓰러졌습니다. 911을 불러야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움직일 수도 소리를 낼 수도 없었습니다.
참을 수없는 고통 때문에 숨조차 쉴 수 없습니다. 너무 고통스러워 차라리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아~! 이제 죽는구나~~
얼마를 화장실 바닥에 쓰러져 있었는지?...
몸이 추워져 엉금엉금 기어서 침대로 올라왔습니다. 새벽녘이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침대에 올라와 눕자 남편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교회로 가버렸습니다. 주일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대로 잠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깨어보니 잦은 복통은 있었지만 살아났습니다. 죽을 것 같았는데...
그런데, 제 아픔이 무엇인지 아세요?
남편입니다. 제 남편이 이런 사람입니다.
한 번쯤은 일어나 ‘왜 그러냐?’며 등이라고 두르려 줘야 하는 것 아닌가요?
밤새도록 토하고 설사하고 배가 찢어지도록 아파 신음하며 화장실에서 사경을 헤매며 밤을 보냈는데
아는지, 모르는지… 무관심인지, 둔한 건지…
남편이 몰랐다 해도, 둔한 거라 해도... 그래도 아픕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아팠던 배보다도 마음이 더 아파옵니다.
무정한 사람, 무심한 사람...
이 아픔은 이 사건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마음 한구석, 한 조각의 아픔입니다.
하지만, 더 많이 제 마음을 덮고 있는 것은 저를 향한 남편의 헌신과 인내와 배려와 희생입니다.
저는 이런 남편을 미워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남편의 진심을 알고 있습니다.
남편은 저를 최고의 여자라 합니다.
하와 이후로 존재했던 여자, 예수님 오실 때까지 존재할 여자,
지금 존재하고 있는 모든 여자 중에서 제가 최고라고 항상 말합니다.
이것이 남편의 진심입니다.
저는 남편의 이 말을 믿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최고의 여자입니다.
때론, 서로에게 아픔을 주지만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사람이기에 귀히 여기고 존경하며 살겠습니다.
당신, 사랑합니다.
하지만 그때를 떠 올리면 지금도 아픔이 살아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