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이야기

그 시절 간식

by 헬렌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이면 간식을 걱정합니다.

중국에서 먹던 간식이 생각났습니다.

물자가 귀하던 시절, 아이들 간식으로 도넛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정성 들여 반죽하고 밀대로 밀어서 주전자 뚜껑으로 찍고 병마개로 가운데도 찍고 링을 만들어 튀기면

던킨 도넛 부럽지 않은 도넛 모양이 나오지요..

하지만 이 도넛은 한번 만들려면 시간과 정성이 말이 아닌지라...

컨디션 좋을 때나 한 번씩 만들고...


정식 도넛 레시피에 우유를 좀 많이 넣으면 질죽한 반죽이 되지요

이 반죽을 주걱으로 떠서 젓가락으로 떼어 튀깁니다.

그러면 울퉁불퉁 길쭉 동글한 도넛이 탄생합니다.


짜~안~!!



수제비 도넛


우리 아이들이 엄청 좋아했습니다.

만들기도 쉬우니 많이도 만들었고요

먹을 간식이 제대로 없었던 시절이니 이런 간식 만들면 '자랑스러운 아내', '존경하는 엄마'로 인정받던 시절이었습니다.ㅎㅎㅎ

그때가 좋았지...


옛날 추억을 되새기며 이 도넛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먹을 것 풍족한 이곳에서 살다 보니 지금은 그리 대단한 음식은 아니지만 영양 많고 맛있고 무엇보다 만들기 쉽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지요.


아이들도 "아~! 엄마! 이거 중국에서 먹던 도넛이네요... 우리가 제일 좋아하던 간식이었는데..." 하며 집어 먹습니다.


몇 개 집어 먹더니 시쿵둥 합니다.


그리고는

일주일 내내 식탁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왠지 마음이 서운합니다

그 시절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받았던 인정도 이 도넛처럼 시쿵둥 해 진 것 같아서...


모든 것이 풍족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과 나.

더 좋은 것에 익숙해져 있고 또 새로운 것을 찾습니다.


더 맛있고 세련된 맛에 길들여져 옛날 것 시시하고 시쿵퉁한 것처럼 나의 존재도 주위사람에게 이렇게 시쿵둥 해 지는 건 아닐까요?


뭐~ 주위사람에게 잊혀져 가도 되지만 남편과 우리 아이들이 그리고 내 주위사람들이 반짝반짝 활력 있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내 수고로, 내 사랑으로...

사랑은 모든 사람들을 활력 있게 하고 새롭게 합니다.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 위해

이 도넛에 초콜릿을 입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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