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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n 13. 2023

순산

기적2

순산

중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둘째 한나를 임신했다.

배가 불러오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이곳에서 출산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때만 해도 중국병원의 열악한 시설과  위생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남편에게

"출산은 한국에 가서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했더니,

남편은

"이곳에서도 12억이나 출산했는데...?"

"아~ 그렇네."

남편의 말을 듣고 나니,

'이런 병원에서도 출산은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중국에서 출산할 계획을 하고 있었다.  나로서는 큰 믿음이었다.


임신한 지 6개월 때,

병원에 갔더니 아기가 거꾸로 있으니 제자리로 돌아오게 하는 운동을 한 달 동안하고  병원에 오라고 했다.  첫째 때도 거꾸로 있어 운동해서 돌린 경험이 있어 걱정하지는 않고

달 동안 열심히 운동하고 병원에 갔다.

초음파검사를 했는데 아기가 아직도 거꾸로 있고 목에 탯줄을 두 바퀴나 감고 있단다.

이제부터는 운동하면 안 된다고 한다.

운동해서 아기가 돌게 되면 탯줄이 더 조이게 되어 배속에서 사산할 수도 있다고. 가만히   있다가 수술해서 출산해야  된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안돼! 수술이라니, 여기서 어떻게 수술을 한단 말인가!'

나는 중국에서 순산으로 아기를 낳을 수는 있지만  수술할 믿음은 없었다.

너무 기막힌 말을 듣고 난 후라, 차를 탈 생각도 않고 눈물을 줄줄 흘리며 집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었다.  

'수술이라니, 여기서 어떻게 수술을 한단 말인가!,  그럼, 한국에 나가야 하는데,  의료보험도 없는데, 수술비는?'

친정이든 시댁이든 신세를 져야 하는 현실.

사명받은 자가 실패하여 돌아가는 패잔병 같은 내 모습.

주님이 나를 돌보지 않는 같아 정말 초라하고 처량하고 비참했다.

좌절의 밑바닥에서 비틀거리며 울면서 걷고 있었다.

한국으로 가야 하는 현실.

여기서 수술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이 모습으로 한국에  나갈 수밖에 없는 내 모습이 너무 슬펐다.

사방이 다 가로막혀 아무 희망도 없고 끝없는 절망 속으로 추락하는 것만 같았다.


이때, 나도 모르게 신음처럼 내 입에서 새어 나온 말,

"내가 하나님을 기대하는데..."  

나의 이 신음처럼 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때,  세미하고, 또렷한 음성이 들렸다.

"기대하라, 멸시치 아니하리라."

너무 놀라 심장이 멈추는 것 같았다.  

비틀거리며 걷던 걸음을 멈추고,

"예! 주님! 제가 주님을 기대하지요.  기대하고 말고요."

그때 다시 한번.

"기대하라.  멸시치 아니하리라."  주님의 분명한 음성이다.


임신 7개월의 몸으로 날다시피 빠른 걸음으로 집에 까지 왔다.

집에 돌아와서 성경을 펼쳐놓고 '기대하라'와 '멸시치 아니하리라'는  구절이 있는 성경구절을 모두 찾았다.

시편 37:9-여호와를 기대하는 자는 땅을 차지하리로다.

시편 51:17-하나님이 구하시는 제사는 상한 심령이라  하나님이여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을 주께 서 멸시치 아니하시리이다.

시편 69:33-여호와는 궁핍한 자를 들으시며 자기를 인하여 수금된 자를 멸시치 아니하시나니

시편 102:17-여호와께서 빈궁한 자의 기도를 돌아보시며 저희 기도를  멸시치 아니하셨도다.


나는 이 말씀들을 찾으면서 힘이 나고 있었다.

모두 나에게 하시는 말씀이었다.

그리고 '기대하는 자는 땅을 차지한다'는 말씀이 이해되지 않아 연관된 말씀을 더 찾아 읽었다.

시편 37:11, 시 37:22, 시 37:29, 시 37:34, 사 57:13

새로운 약속의 말씀을 받게 되었다.  

후에 이 말씀들이 우리 한나에게 주신 약속의 말씀임을 알았다.

나는 이 많은 말씀들을 찾아 읽으면서 기도하고 있었다.

"주님! 제가 주님을 기대합니다.  주님만을 의뢰합니다.

통회하고 상한 심령으로 주께 가오니,

저를 받으시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궁핍한 저를,  사방 가로막혀 희망 없이 수금된(갇힌)  저를 돌보소서.  아멘.


새로운 확신으로 충만해졌다.  

내가 믿은 것이 아니라, 주님이 믿음을 주셨다.

수술이 아니라 순산하게 하실 것이라는 믿음을 주셨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기쁨이 흘려 넘치고 있었다.


남편이 저녁에 돌아왔을 때, 낮의 일을 나누니 남편도

"아멘!, 기도합시다" 하면서 내 손을 굳게 잡았다.


내 상황을 알고 있었던 과기대 가족들은 태아가 탯줄을 두 바퀴나 감고 거꾸로 있어 수술해야 한다는 말만 듣고 난리가 났다.  

이곳에서는 수술할 수없다고, 여기서는 수술하면 안 된다고,

이곳 병원에서는 맹장수술을 세 번 네 번 한다고...

위생이 안 좋아 수술한 자리에 자꾸 염증이 생겨 여러 번 수술을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지만, 다시 주님께 기도하면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내가 한국 갈 생각을 않고 그냥 있자, 조교수님은 비행기 표 사 줄 테니 빨리 한국에 나가라고 하신다. 더 늦어지면 만삭 된 몸으로 비행기를  탈 수 없으니까,

또 후에 연길의 복지병원을  설립하신 김박사님도

"내가 이곳 병원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요,  

이곳에선 수술 못해요,

절대로 여기에서 수술할 생각은 마세요."라고 말씀하신다.

정말 동료들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은 시간이었다.  

하나님이 이곳에서 순산할 믿음을 주셨다고 말하자  

과기대 가족들 뿐 아니라, 연길에 와 있는 한국 사람들은 모두 나의 순산을 위해 기도했다.


2주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상태를 검사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이제 태아가 제자리로 돌아왔겠지... 기대하며 병원에 갔다.

그러나 매번 상태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9개월째(36주)가 되어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다.

왜냐하면 더 이상 태아가 커지면 제자리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어지니까,

이번에는 돌아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검사대에 누워 '태아가 제자리로 돌아왔냐?'라고 물으니 나의 말에는 대꾸도 않는다.

의사는 태아가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것은 생각도 안 하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어! 이상하네,  분명히 두 바퀴 감고 있었는데, 한 바퀴네" 하며 덧붙인 말,

"내가 지난번 잘못 봤나?" 한다. 나는 기가 막혔다.

'초음파 사진도 잘못 보는 이 의사를 믿어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의사에  대한 신뢰마저  와르르 무너졌다.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이번에는 돌아왔어야 하는데...

4주후면 출산인데 이러다 수술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의심이 생겼다.

착잡한 심경으로 셋집 맡은 노동국사택에  들어서자 2층에 사는 한사모님이 베란다에서 소리친다.

"어떻게 됐어?"

"아직 안 돌아왔어요, 그런데 탯줄이 두 번이 아니고 한 번이래요."

"아~ 그래. 엘리야가 본 손바닥만 한 구름 한 조각이네." 하신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아! 이것은 하나님이 먼저 싸인을 보여 주신 것이구나.'

'조만간 큰 일을 보여 주시겠구나' 하고 다시 믿음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까지 다니던 연변병원에 다시 갈 수가 없었다.

지난번 일로 그 의사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부유병원으로 옮겨 새로운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침대에 나를 눕혀 놓고 태아의 머리가 위쪽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출산이 2주밖에 안 남았는데 이제 왔냐며 나를 마구 무랬다.

그리고는 나의 배를 여기저기 몇 번 더 눌러보더니...  이상하다며 태아가 제자리에  있는 것 같다고 초음파검사를 하고 오란다.

초음파검사원은 모든 게 정상이라고 말한다. 내가

"탯줄은 요?" 했더니,

"탯줄이라니요? 한다.

"할렐루야!!!"


의사는 검사를 하고 돌아온 나를 보고 분명히 태아가 거꾸로 있었는데

만삭이 되어 다 자란 태아가 배안에서 움직인 게 이해가 안 간다며,

아무래도 당신 배가 이상하니 출산할 때까지 복대로 꼭꼭 싸매고 있다가 출산하란다.


2주 에 우리 한나는 너무나도 건강하게 너무도

순조롭게 (진통시간:30분, 진통정도:화장실 가고 싶을 때 사르르 아픈 배 정도) 순산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기도 속에서...

그리고 주님의 복된 약속의 말씀가운데서...


시 37:11 온유한 자들은 땅을 차지하며 풍성한 화평으로 즐거워하리로다


시 37:34 - 여호와를 바라고 그의 도를 지키라 그리하면 네가 땅을 차지하게 할 것이라.


사 57:13b  나를 의뢰하는 자는 땅을 차지하겠고 나의 거룩한 산을 기업으로 얻으리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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