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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헬렌 Jun 15. 2023

강도사건이 준 교훈

내려놓음

1993년 중국에 간지 2년째 되었을 때 

방학이 되면 한국을 방문할 생각으로 

여행경비를 미화로 받아놓고 마음이 부풀어 있었다. 


중국에서의 2년 남짓의 생활...

그 당시 살벌한 중국의 분위기 속에서 감히 학생들에게 복음을 전할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로 3명의 학생에게 복음을 전하고 

제자훈련을 통해 말씀으로 세울 수 있는 은혜를 주셨다.

이 학생들이 다른 사람을 양육할 수 있을 만큼 자랐다.  

친구에게 복음을 전해서 예수님을 영접하는 역사가 일어났다!   할렐루야!

우리의 동역자인 다른 교수님들은 복음을 전할 학생도 컨텍하지 못하고 있을 때 말이다.

저와 남편은 전도한 그 학생에게 친구를 양육해 보라고 권유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하냐고 머뭇거리더니

곧바로 말씀에 순종하여 복음을 전한 그 친구와 만날 약속을   하고 마음이 들떠 있었다.

그때에 다른 교수님이 예수님을 새로 믿기로 한 학생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그 영접한 학생을 불러 함께 성경공부를 하자고 했단다.

복음을 전한 그 학생은 자신이 양육하려고 한 친구를 교수님이 빼앗아 갔다고 불평을 했다.  

나는 불평하는 내 사랑스러운 제자에게

'네 친구가 너보다 교수님과 성경공부하는 것이 그 친구에게 유익하고 

그 친구도 너보다 교수님과 하고 싶지 않겠냐'며 

그 상황을 이해시키고 그 학생을 위로했지만 

그 학생이 돌아간 후에는 그 교수님을 얼마나 원망했던지...


그때만 해도 중국연변지역에는 한국사람이 몇 안되어서 

우리는 주위사람의 주시를 받으며 살고 있었다.  

거리를 지나갈 때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사람, 

마리아의 유모차를 보고 이것 얼마냐?  어디서 샀냐? 고 묻는 사람, 

외국인인 우리를 신기하게 보고 길을 가고 있으면 졸졸 따라오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사람들은 도둑이나 강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하게 되었다.

한국사람들은 모두 잘살아서  한국집에 도둑이나 강도가 든다는 말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야 가진 것이 없으니 우리 집엔 들어와도 가져갈 것이 없겠다' 

생각하면서도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혹시 우리 집까지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확인하고 

집에 들어가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대낮에 우리 집에 강도가 들었다.  

강도는 우리 집이 한국집이라는 것과 남편과 내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우리 집에 들어와 집 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칼로 위협하고

여행경비로 쓸 미화와 결혼패물 그리고 돈이 될만한 물건들을 챙겨 도망갔다. 

소식을 듣고 집에 돌아와 보니 집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집에 있었던 사람들은 겁에 질려있었다.  

나 또한 혼비백산되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집에 있었던 사람들이 무사하니 다행이라고 주위사람들이 위로하지만 

이 말에 전혀 내 마음이 위로되지 않았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해서 이런 재앙이 일어난 것 같아 

사람들에게는 창피하고 하나님을 향해서는 원망하고 있었다.  

하나님이 왜 우리 집에 이런 재앙을...  어떻게 우리 집에 이런 일이... 

왜 하필 우리 집인가?  

하나님이 우릴 기뻐하시지 않는가?  


물질을 잃어버린 것이 아깝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집에 강도가 들어와 식구들을 위협한 것에 대한 공포감과 

하나님이 우리를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생각에 

하나님으로부터의 소외감과 좌절로 줄줄 눈물을 흘리며 낙망하고 있을 때 

하나님은 내 귓전에 대고 말씀하셨다.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 함이라"    


"예?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고 하신 것이라고요?"  

내가 되뇌고 있을 때 하나님의 말씀은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첫째, 

오늘 강도가 가져간 물건들 

내가 너에게 은혜로 준 것들이다. 

 너의 것이 아니고 나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취한 것이다." 


"예, 맞습니다.  주님.  

주님의 것입니다.  언제든지 주님이 취하실수 있습니다."  


"둘째, 

사역의 열매들, 내가 너에게 은혜로 준 것들이다. 

 너의 사역의 열매가 너의 것이 아니고 나의 것이다. 

 그러니 내가 취하여 다른 사람에 줄 수 있다." 


 "아~ 그렇군요 주님. 잘못했습니다. 

 그 교수님을 원망하고 정죄한 것 용서해 주세요." 


"셋째, 

네 자녀들, 내가 은혜로 너에게 맡긴 것이다.  

그러니 내가 도로 취할 수 있다." 


"엇..." 

"예, 주님.  그렇습니다." 


"넷째, 

네 남편, 내가 너에게 은혜로 준 것이다. 

내가 원하면 언제든지 취하여 데려갈 수 있다." 


"예?, 뭐라고요?  남편도요?....   

"....  " 


얼마동안 침묵이 흘렀다. 


"예, 주님 맞습니다. 주님이 은혜로 주신 것입니다.  

주님이 원하시며 언제든지 취하실수 있습니다. 

남편도 내 것이 아닙니다." 

나는 가까스로 남편까지 내려놀 수 있었다.  

아니 주님이 내려놓게 하셨다. 


내 마음에 말할 수 없는 평강이 찾아왔다. 

하나님은 이 강도사건을 통해 

나와 우리 가족을 얼마나 기뻐하시고 사랑하시는지 깨닫게 하시고

소유와 명예와 죽음에 대한 주님의 뜻을 알게 하셨다.

그리고 주님께 돈과 사역과 자녀와 남편을 내려놓게 하신 귀한 사건이다. 


 

우리가 세상의 영을 받지 아니하고 하나님께로 온 영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은혜로 주신 것들을 알게 하려 함이라 - 고전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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