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의) 대화는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식상했다
고향을 떠나 이만큼 멀리 산다는 것만 빼면
나이 차이만큼 배경도 생각도 공통점이 없다
당신의 서른둘은 어땠나요?
딱히 그가 물은 건 아니었다
서른둘의 나는 술을 많이 먹었어
아직 장가도 가기 전이니까.
술이 세셨나 봐요
아니 지금이나 그때나 술 먹는 덴 젠병이었지
그치만 그땐 마셨어. 지금처럼 전혀 못 먹지는 않았지. 억지로 밀어 넣은 거였지.
서른둘의 얘기는 그것으로 끝이다
술자리였기 때문에 술 얘기로 끝난 건 아니었다.
설명하지 않고 전달될 수 있는 얘기만 한다
그래야 편하다
서른둘이 쉰셋에게 물은 건
쉰셋의 서른둘이 아니라
서른둘의 쉰셋이었다
머물렀던 시간이라면 서른둘은 쉰셋이 되지 않았을 터
- 2020년 4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