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는 해를 마주 보며
서쪽으로 달리는 퇴근길
햇살은 쏟아지는 송곳 같아서
눈조차 뜰 수 없지만
간혹 오래된 마을 어귀에는
제법 큰 나무와 숲이 있어
양산처럼 그것을 가려주기도 한다.
나무의 친절이 고맙기도 하고 이쁘기도 하여
콧노래 절로 흥얼이는데
곧게 뻗은 도로변으로
한순간 바람이 일고 숲과 나무가 출렁인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선 나무들은
물결처럼 파동처럼
누웠다가 일어서고
잠시 버티는 듯싶다가는
이내 몸을 비틀어 다시 휘어지기를 반복한다.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머리를 한껏 넘긴 채
온몸으로 맞서보지만
그들로서는 버텨볼 뿐
바람을 멈출 수도
거스를 수도 없다.
길 옆의 가로수도
저 너머 숲도
버티기 위해 출렁이고 있다
나무는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넉넉한 품을 지녔다고
마치 품이 그리운 어머니처럼
지쳐 돌아가 쉴 수 있는
안식처와 같다고, 그렇게 말해왔다. 하지만
숲은 숲대로
나무도 나무대로
어머니도 지금까지
바람 앞에서 그렇게 버티고 있었다는 걸
퇴근길에 미처
알고 말았다.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