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캐나다에서 노가다하는 아빠의 주머니를 털고 있다
제2 편 아빠가 방탄소년단(BTS)을 듣는 이유 - 너희가 떼창을 아느냐
'국위 선양'과 '외화 벌이'는 7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유행했던 화두였습니다. 그것은 애국하는 방법이었고 애국자의 길이었습니다. 그리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스포츠나 문화/예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이슈에 오르는 스타를 보면 우리는 어김없이 '국위선양'과 '외화벌이'를 들이댑니다. 그런 의미에서 근래 들어 가장 '핫'한 애국자는 방탄소년단 BTS일 것입니다.
그들의 신곡 발표를 빌보드 시상식 무대에서 장식하더니 3개월 사이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두 번이나 달성해 냅니다. 빌보드, AMA 초청과 수상은 물론 유엔총회 연설까지,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역사가 되고 있습니다. 브리티쉬 인베이젼에 비견되는 기사들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고, 그들의 월드투어는 동남아 몇몇 도시를 순회하는 공연이 아닌 미국과 유럽을 들썩이게 하는 문자 그대로의 월드투어가 되었습니다.
방탄소년단(BTS)의 월드투어 중 캐나다에서의 일정이 시작했습니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에서의 3회 공연이 전부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월드 투어의 도입부를 캐나다에서 함께 했습니다. 이미 서부 태평양 연안의 도시 밴쿠버 팬들은 동부에 있는 해밀턴보다 훨씬 가까운 미국 공연을 관람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당연히 해밀턴 공연엔 텍사스, 플로리다, 뉴욕 등 전미 지역에서 방문한 사람들도 목격이 되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지난 일요일 새벽, 딸과 딸의 친구들을 데리고 해밀턴으로 향했습니다. 새벽 4시에 집을 나서서 친구들을 태우고 출발하여 공연장 앞에 도착하니 아직 여명조차 찾아오지 않은 새벽 6시. 그나마 해밀턴이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8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은 여러모로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설마 하며 공연장인 First Ontario Centre 앞에 차를 세웠다가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이미 캠핑촌을 방불케 할 정도로 끝도 없이 텐트가 늘어져 있었습니다. 이른 새벽이라 대부분의 팬들은 잠을 청하고 있었지만 일부 팬들은 한국어 가사를 따라 부르고, 한국식 응원 방식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공연장에선 흔히 떼창이라 부르는 한국의 전통적인 공연 문화(?)가 전 세계인에게 펼쳐 나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전부터 방탄소년단 BTS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눈여겨보고 있던 참에 방탄소년단 3부작을 준비하기로 합니다. 첫 번째는 방탄소년단의 '국위선양'과 '외화수입'으로 인해 캐나다의 가구 공장에서 노동하는 아빠의 주머니까지 박박 털리고 있는 아이러니를 생생하게 소개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전 세계의 돈이 어떻게 빅히트 계좌로 빨아들여지는 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잠깐 순수 영역으로 들어가서 그들의 음악과 팬덤의 역학관계, 대중음악사적 의의와 가치 등등을 아마추어 수준에서 일갈해보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현상으로서 BTS를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먼저 어떻게 캐나다에서 벌어들이는 아빠의 수입이 방탄소년단을 통해 한국으로 이체(?)되는지에 대해서 소상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빠 배용준 씨(50세, 가명)는 가족과 함께 2014년 2월에 캐나다에 입국했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친절하게 반겨주었고, 그들의 손에는 삼성 핸드폰이 들려 있었습니다. 거리에는 현대, 기아자동차가 발에 밟힐 정도로 굴러다니고, 전자 제품 코너엔 삼성, LG 제품이 프리미엄 제품처럼 전시되어 있는 걸 볼 때마다 애국자란 단어에는 심한 거부감을 지닌 배 씨 조차도 속으로는 으쓱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물가버린 시기에 캐나다에 도착했지만, 그래도 잔상은 남아 있어서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강남스타일을 묻거나, 하키팀 체인지 룸에서 특별히 강남스타일을 선곡해 틀어 줄 때마다 한창 인기 있을 때 왔으면 대단했겠다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특히 한국이란 국가 이미지가 좋아질수록 낯선 남의 나라 땅에서 생활하기가 훨씬 수월하리란 생각은 배 씨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뉴스에서 국내 정치 상황만 소개되지 않으면 창피하지는 않겠다 여기던 때였습니다.
더욱이 배 씨는 자신의 아이들이 한국적인 정체성을 잃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기술 문명과 인터넷 등 미디어의 발전으로 한국의 소식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음악도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고, 친구나 지인과도 소셜 미디어나 여러 채널을 통해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한국을 떠난 아이들에게 한국은 여전히 먼 나라의 일이었고, 갈수록 그 거리는 더욱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그러던 올해 초 어느 날, 배 씨는 큰딸이 아미에 가입하기로 결단을 내렸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대중문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남는 시간엔 언제나 휴대폰으로 한국의 뉴스를 섭렵하던 배 씨가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를 모를 리 없습니다. 은근히 한국 문화와의 단절을 염려하던 아빠는 그까짓 2만 원짜리 가입비가 전혀 아깝지 않았고 판단하여 흔쾌히 허락했습니다.
물론 배 씨는 딸이 방탄소년단에 관심이 있음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소셜 미디어로 한국의 초등학교 친구들과 연락을 하면서 방탄소년단의 공연을 부러워한다거나, 저녁 밥상머리에서 캐나다 친구들과의 일상을 얘기할 때도 방탄소년단 관련 언급에는 유독 상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대화에서도 딸아이가 저스틴 비버나 원 디렉션으로만 동화되는 것보다는 친구들이 딸에게 방탄소년단에 대해 묻고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 배 씨로서도 반가운 현상이라 여겼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 배 씨가 볼일 이 있어 한국에 들어갔을 때도 방탄소년단의 윙즈(Wings) 앨범을 사다 주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엔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수면 아래에서 제한된 형태로 존재했었기 때문에 캐나다 현지에서 앨범을 구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앨범 발매일에 맞춰 교보문고에 들렀던 배 씨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서점 한쪽에 마련된 특판대에서 판매원에게 물었습니다. "방탄소년단 CD 하나 주세요." "어떤 걸로 드릴까요?" "방탄소년단이요. 이번에 새로 나온 거." "그러니까 그중에 어떤 거요?" 배 씨는 동일한 내용이 수록된 앨범이 네 가지 종류로 발매된다는 판매원의 설명을 듣고 황당했습니다. "각각 뭐가 다른 건가요?" "글쎄요. 노래나 그런 건 다 같은 걸로 알고 있어요. 사진만 좀 다르다고 하던가?" "왜 그렇게 만들었는데요?" "글쎄요, 그건 제가 알 수 없죠." "그럼, 어떤 게 가장 잘 나가나요? 지금 딸에게 물어볼 수 없으니 그걸로 하나 주세요." " 보통 네 개 다 사가는데요." "......"
결국 배 씨는 판매원이 집어 주는 아무거나 한 장을 사들고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윙즈(wings) 앨범을 구해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러브 유어셀프 Love Yourself-承-Her가 발매되었습니다. 공식 판매처인 월마트에서 솔드 아웃되는 바람에 배 씨의 딸은 배 씨의 신용 카드를 이용해서 아마존에서 앨범을 구입합니다. 역시 4종류로 발매되었는데 심지어 기-승-전-결 4번의 연작으로 발매된다고 했습니다. 4장 x 4번의 매출 규모가 어렵지 않게 예상됩니다.(물론 실제 앨범은 승-전-결 세 번에 걸쳐 발매됩니다.) 이어서 캐나다에선 구하기 힘든 앨범 두 장은 한국의 큰 이모에게 부탁해서 구입했습니다. 배 씨의 딸은 큰 이모에게 고마워했지만 배송료를 포함한 이 모든 비용을 배 씨는 처형에게 지불했습니다.
드디어 배 씨는 딸과 함께 노트북 옆에 앉아서 아미 가입을 시도합니다. 신용카드로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배 씨의 배석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결제 단계에 이르러서 한바탕 난리가 납니다. 한국에서 팬클럽에 가입하면 2만 원인데 해외에서, 그것도 캐나다에서 가입하면 6만 5천 원이랍니다. 거기에 해외 배송비까지 별도로 보태어진답니다. '아빠가 반나절 꼬박 일해야 만질 수 있는 돈이다.'라고 하소연했지만, 배 씨는 별수 없이 결제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거의 4개월 후, 아미 goods가 도착했는데 DHL로 배송되면서 2만 원가량의 관세까지 물어야 했습니다. 결국 딸아이 혼자 팬클럽 아미에 가입하는데 1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팬카페 회원수가 90만 명 정도 된다고 하니, 국내보다 해외 팬덤이 강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약 10% 정도가 해외 아미라고 추정하면 10만 명 X 10만 원 = 100억 원이라는 단순 계산이 가능한 규모입니다.
아미 가입이 있고 나서 얼마 후 방탄소년단 BTS의 해외 콘서트 일정이 발표되었습니다. 월드 투어라고 유럽과 북미 지역 위주로 콘서트를 개최한다는데 캐나다에서의 공연이 하필 배 씨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공연장이 확정되었습니다. 배 씨의 딸은 평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라며 난리가 났습니다. 벌써 학교 친구 누구누구와 같이 가네 마네 어쩌네 하면서 한동안 어수선합니다. 생각보다 방탄소년단의 인지도가 있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입니다. 배 씨는 한국에 있었으면 그래도 훨씬 접하기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에 콘서트 참관을 허락합니다.
예매 당일, 다행히 수업이 끝난 오후 4시에 예매 사이트가 오픈했습니다. 며칠 전 마감한 미국의 경우를 거울삼아, 수차례의 예행연습과 철두철미한 준비를 바탕으로 실전에 돌입했습니다. 자기 집에 인터넷 속도가 맘에 안 든다는 친구 '피오나'가 온갖 노트북과 디바이스를 들고 배씨네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콘서트 표 한 장 구매하기 위해 총 10대의 디바이스를 동원하여 시도합니다.
10대의 디바이스에서 시도한 끝에 결국 한 건 예매에 성공합니다. 그런데 가장 비싼 표가 걸리고 말았습니다. 가격은 35만 2천 원으로 무대 앞에 서서 즐길 수 있는 스탠딩 티켓입니다. 배 씨는 엄청난 가격에 놀랐지만 친구와 동반 구매했으니 취소하라고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지정석이 싼 것도 아닙니다. 한국에선 전좌석이 11만 원이었다고 하는데 캐나다에선 최저 가격이 18만 원이었으니 말입니다.
콘서트 예매가 끝나자마자 방탄소년단은 또 신규 앨범을 발매합니다. Love Yourself-傳-Tear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앨범 활동은 정규 앨범만 해도 일 년에 두 차례 이상 발매하는 수준입니다. 8 곡에서 10 곡 정도 들어있는 LP 앨범 한 장 발매하면 아무리 다작하는 가수라도 일 년 이상을 기다려야 신규 앨범이 출시되곤 했던 시절을 떠올리던 배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도 음악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과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생각하며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1만 6천 원짜리 앨범이 캐나다에서는 3만 원이 넘는 가격으로 팔립니다.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과는 상관없이 현물 앨범은 이제 소장 가치로써의 의미가 강하기 때문에 팬이라면 반드시 구입해야 합니다. 공식 발매일 다음날 아침, 배 씨는 딸과 함께 집 근처에 있는 월마트를 찾아갑니다. 그런데 매장에는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이 없습니다. 이미 구매한 친구들이 인스타그램에 인증 샷을 올리는 것을 보면 이미 다 팔렸기 때문인 듯합니다.
배 씨는 차를 몰아 인근 동네의 보다 규모가 큰 다른 월마트 매장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거기도 이미 전시대가 비어 있습니다. 배 씨는 딸의 표정이 슬슬 어두워지고 있음을 확인합니다. 이번엔 70Km 떨어진 다른 도시의 매장까지 들러보지만 역시 그곳에서도 구입할 수 없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기름 값 아끼기 위해 고속도로도 인코스로만 고집하던 배 씨가 어쩐 일인지 집과는 반대 방향의 고속도로로 방향을 돌립니다. 그렇게 10여 Km를 돌아서 찾아 간 세인트 제이콥 월마트에서 드디어 찾아 헤매던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Love Yourself-傳-Tear를 품에 안게 됩니다. 세인트 제이콥 마을은 한국으로 치면 지리산 청학동 같은 곳입니다. 아직도 청교도 시절의 복장과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을입니다. "역시 시골로 와야 돼!" 방탄소년단을 품에 안은 딸의 일성이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날, 배 씨의 가족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TV 앞에 둘러 모였습니다. 빌보드 어워드에 방탄소년단이 출연하기 때문입니다. 방탄소년단의 월드 프리미엄을 빌보드 시상식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빌보드 시상식은 전 세계로 생중계됩니다. 배 씨는 방송을 보며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격세지감을 경험합니다. "한국말로 노래를 부르는 한국 가수가 신곡 발표회를 빌보드에서 하다니...."
이어서 발매와 동시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 등극, 빌보드 싱글 차트 10위 진입을 이뤄냅니다. 결국 배 씨는 이날 페이스북에 '전하지 못 한 진심'이란 곡의 유튜브 동영상과 함께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이젠 빌보드 TOP 40에서 가요를 들어야 하는 시대...ㅎㅎ"
드디어 캐나다에 가을이 성큼성큼 다가오던 9월 하순의 해밀턴이란 도시에는 방탄소년단의 콘서트를 보기 위해 수만 명의 외지인이 모여들었습니다. 공연장이 토론토나 댈러스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인근의 작은 도시인 해밀턴이나 포트워츠인 것도 이유가 있을 것이지만 그 보다 중요한 건 여기서도 아빠의 송금(?)은 계속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콘서트의 필수 아이템 아미밤이라는 손전등(?)을 장만하는데 한국에서 3만 원 정도 하는 이 용품을 7만 원이나 주고 사야 했습니다. 새벽부터 수십 Km를 달려와서 기다리는 동안 춥지 않을까 불편하지 않을까 끼니도 챙기는 등 일일이 따지자면 어디 이뿐이겠습니까만은 배 씨는 더 이상 비용을 따지지 않기로 했습니다. 비용보다 얻은 가치 즉, 효용가치가 더욱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방탄소년단의 '국위선양'과 '외화벌이'는 아마 비견될 수 있는 사례가 없을 듯합니다. 찬양받아 마땅할 만한 업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캐나다에서 해외 노동자로 근근이 살아가는 아빠의 호주머니를 탈탈 털어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글로벌 시대의 위력을 실감하게 됩니다.
방탄소년단이 가져온 변화와 현상 등에 대한 생각은 다음 편에 이어서 하겠지만, 그전에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언급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현장에서 캐나다의 고등학생들이 방탄소년단에게 글을 쓰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 사진에서는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하나는 일행 7 명 중에 한국말을 할 줄 알고 쓸 줄 아는 한국인은 단 한 명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글이 여러 군데 등장한다는 사실입니다. 두 번째는 그 한 명의 한국 학생이 적은 글의 내용입니다.
♡ 방탄소년단 ♡
캐나다에서 사는 한국 아이가 사랑해요!
정말 캐나다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사랑해요!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는 2편으로 계속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