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면서 어는 Freezing Rain은
보통 2월에 자주 내리는데
뭐가 급한지 올해는 벌써 나타났다.
캐나다에서 살면서 가장 무서운 건 이놈이다.
새벽부터 내린 이놈 때문에 야트막한 고가를
못 올라간 전철이 도로를 틀어막는 바람에
나는 지각을 했고, 집사람과 애들 학교는 캔슬,
학기 내내 애써 준비한 승원이의
재즈 콘서트도 덩달아 캔슬...
회사에서는 대니얼의 크로아티아에 진 축구 때문에
한동안 우울했던 브라질에서 온 마노엘이
나뭇가지에 핀 얼음 꽃에 오히려
신기한 듯 마냥 들떠있었다.
마치 프리징 레인을 처음 봤을 때의 나처럼.
그러고보니 오래 전 캐나다에 도착했던
그날에도 프리징 레인의 내렸었다,
아직 구경도 못한 집으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눈밭으로 나동그라진 자동차도 봤고,
그래서 한 시간 거리의 고속도로를
거의 4시간 걸려 도착했었다.
한참 신나있던 마노엘이 물었다.
캐나다에서 얼마나 살았냐고.
내년 2월이면 꽉찬 9년이라고 했다.
마노엘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캐나다엔 왜 왔냐고.
프리징 레인을 우리말로 어는비라고 한다.
얼어서 내리는 비도 아니고
내리고 나서 어는 비도 아니다.
마노엘에게 대답했다.
애들과 함께 행복하고 싶어서 였다고.
그리고 나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얼음도 아니고 비도 아닌 채로
그냥 사는 중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12월 16일 오후 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