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일상
1. 떨리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 한 번, 두 번, 세 번.
2. 다섯 번째까지만 듣고 끊을 심산으로 유독 긴 신호를 기다렸다.
3. "여보세요?" 익숙하지만 아직은 어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4. "어머님 저 사위입니다..!" 사위라는 말이 아직 어색한 사위는 전화하기 전 호칭을 수십 번 고민했다.
5. 이름은 친근한데 아직은 시기상조인 거 같고... 사위가 무난한데 조금 딱딱해보이고... 그래도 기본으로 가기로했다.
6. 어머님은 좋아하시면서도 안좋은 소식을 전할까싶어 불안해하셨다. 어제 딸이 산전검사를 간 걸 아셨기때문이다.
7. "파김치 잘먹었습니다 어머님"
전화 목적이 반찬이라는 걸 아시고서야 웃음을 되찾으셨다.
8. 우리 어머님은 요리에 대한 자신이 없으셔서 항상 자책을 하신다.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건 아니고 미리 밑밥을 까는 노련한 너스레다.
9. 양가에서 반찬을 공수해오면 주로 어머님 반찬이 마지막까지 냉장고를 지킨다. 와이프는 어머님 요리를 무시하냐며 눈치를 주지만 사실 본인이 시어머니 음식을 더 좋아한다.
10. 자연스레 고척에서는 식재료를, 인천에서는 반찬을 받아오는데 간만에 고척에서 파김치와 무말랭이가 왔다.
11. 다음엔 더 많은 반찬을 해주겠다며 약속을 듣고 훈훈하게 첫 통화를 마쳤다. 전화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12. 와이프에게 이 사실을 전하니 무말랭이는 어머님 친구가 주셨다고. 무말랭이보다 파김치를 좋아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