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인 사람이 아니라 죄송해요

by Victor navorski

내 현생은 취준이다

2화 도전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죄송해요







3개월간 심리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교내 상담센터에 찾아가 상담을 신청했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솟구쳐 오르던, 아니 사실 4학년이 되자 넘쳐흐르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마지막 학기 시작 전 그러니까 마지막 방학기 시작하자마자 상담을 신청했다. 사실 사설에서는 비싼 심리상담이 교내에서는 무료로 받을 수 있어서였다. 아직 학생일 때 만,


하지만, 이미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나는 상담 선생님을 배정받기 위한 진단 상담만 1달을 기다렸다. 또 상담 선생님 배정까지 나머지 방학 1달이 흘렀다. 그렇게 방학 중 받고자 했단 상담은 마지막 학기와 함께 시작했다.


처음 상담 선생님께 내 고민을 말했을 때 하셨던 말이 기억난다.


'걱정마요, 4학년이 되면 많이들 힘들어하더라고요. 여기 4학년들 정말 많아요'.


맞다. 4학년이 되면 정말 힘들다. 갑자기 학교의 울타리를 벗어나 사회의 바다로 등따밀려지기 일보직전인데, 나는 구명조끼도 없는데 수영도 못할 것 같은 기분이다. 돈 도 없는데 능력도 없다는 거다.


내 고민은 지꾸 슬픈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4학년 첫 학기 초에는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자려고 누우면 슬픈 생각이 몰려왔고 그렇게 눈물이 터지면 시너지 효과 인지 생각도 터져 밤새 울다 학교에 갔다.


슬픈 생각은 다음과 같았다.

대학을 졸업하기 싫다.

아직 배우고 싶은 게 많다.

아직 하고 싶은 활동이 많다(안전하게 대학 안에서 대학생 신분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게 있다.

이렇게 직장인이 되면 평생 못할 것 같다.


이 두려움은 자책감으로 이어진다.

대학 4년 동안 뭐했지,

난 왜 게을렀지,

남들 다 이것저것 할 때 난 뭐했지


그리고 자책감은 원망으로 이어진다.

그들보다 우리 집이 가난해서,

여유롭지 않아서.

통학생인 나는 힘들었어서,

큰 꿈을 꾸면 안 된다고 해서,

날 두려움과 걱정에 가둬버린 내 배경이 미웠다.


그러다 결국 비겁하게 배경 탓이나 하고 있는 내가 너무너무너무 싫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무엇하나 제대로 도전해보지 못하고 아쉬움만 남긴 체 졸업하는 게 무서워서.




상담에서는. 자꾸 울게 됐다. 억울해서, 죄송해서, 화나서, 무서워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고개만 숙였다. 티슈를 움켜쥔 채 시간을 모두 보내버리기도 했다.

.

상담을 통해 3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1. 나는 스스로에게 너무 엄격하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그렇게 살아온 내가 싫다고 했다. 내가 가진 '제대로'의 기준이 너무 높다고 말씀하셨다. 듣기만 해도 너는 굉장히 성실하게 단 한순간도 쉬지 않고 살아온 것 같다.라고 하시는 순간 그날 상담은 끝났다. 울음이 터진 내가 끝내 끝내 그치지 못해서.


2. 나는 남 탓을 못한다.

위에도 적었듯이 나의 슬픈 생각의 끝은 나를 향한다. 결국 다 내 잘못이다. 선생님은 남 탓하기를 추천하셨다. 이건, 아직도 힘들다.

물론 나는 버릇처럼 남 탓을 한다. 남 탓이라기보다는 대부분 그 대상은 사회구조이긴 하지만, 근데 이 사회를 탓한 다는 게 결국 부메랑처럼 나를 향해온다. 나 말고 다들 사회 속에 살고 있지 않은가.


3. 마지막이다. 나는, 나를 싫어한다

내 고민 중 하나는 신중함이란 틀에 갇혀 도전을 해버지 못했다는 거다. 돌아보니 대학생 때야 말고 이것저것 도전도 실패도 해봤어야 하는데, 나는 실패가 무서워서 도전도 못해본 겁쟁이다. 나이가 드니 점차 이렇게 한 번도 도전을 못해보고 아쉬움만 가득 찼다 죽어버릴까 봐 겁났다.


선생님은 그게 나의 장점이라고 하셨다. 나는 도전을 안 해서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실해서 실패하지 않아서 도전을 해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거로 생각해 보자고.


-나는 내가 안정적인 선택만 해서 그렇다고 했다.


-선생님은 실패하지 않아서 내 선택이 안정적이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물어봤다.


상담은 나를 정확히 알게 해 주고 새로운 시선을 알려줬지만, 난 여전히 그대로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상담사례를 적은 이유는 내가 정말 싫어하는 이 고정 면접 질문 때문이다.


"당신은 도전적인 최고 수준의 목표를 정해서,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나요?"


이 질문이 난 너무 싫다.


나는 아직도 내가 한 게 도전인지, 안정적인 것에 마문 겁쟁이 짓인지 모르겠다. 사실 아직도 날 겁쟁이로 생각한다는 게 사실이다. 난 도전이 싫다. 실패하는 게 무섭다. 나는 실패가 무서워서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노력은 진짜 무서운 거다. 죽도록 노력했는데 실패하면 어떡하나. 난 나를 죽기 직전까지 쥐어 팰 것만 같다. 감정적으로.


왜 그들은 도전적인 사람을 찾는 걸까.


높은 수준을 스스로 세우고 성장하는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


결국 취준에 맞춰 생각을 끼워 맞췄다. 나의 경험이 모두 나의 도전이 된다. 나는 도전을 했고, 성공한 사례만 있는 사람이다.


적절히 포장하고 중요한 부분을 강조하면 된다. 시작 전 설정한 목표는 내 처음 능력보다 높아 보이게, 결과는 확실하게 성공한 걸로. 목표를 위한 과정을 계획적이고 열정이 넘치게.


그런데 문제가 있다. 면접을 준비하며 대답을 하다 보면 결국 자꾸 상담 때로 돌아온다. 포장해야 하는 걸 알면서 포장을 못한다. 마음속 깊이 '이게 도전이야?'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오늘도 면접 연습을 망쳤다. 면접 후 피드백에서는 도전적인 경험이 도전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요즘 컴퓨터 못하는 애가 어디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