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현생은 취준이다
6화 저도 그분 좀 소개해주실래요?
서로의 자소서를 첨삭해주는 시간이었다.
A의 지원동기 부분을 첨삭을 해주다 B가 자신이 아는 분에게 받아 읽어본 예시를 하나 소개했다. 그러자 C가 그 지인이 자신이 아는 분인지 물었다.
서로의 같은 지인이 있음을 알게 된 그 둘은 그 뒤로 그 지인의 우수한 자소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 사이에 앉아 있던 A와 D는 어색한 눈길만 주고받았다. 없는 자의 설움이랄까.
'저.... 저도 그분 좀 소개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 말을 하지 못해 오늘도 애꿎은 카톡 친구 목록만 훑었다. '이 선배가 저번에 취직했다던데', 인스타 피드를 내리다가도 '이 선배 은행 갔다던데'하며 댓글을 달아볼까 말까 고민한다.
나름 그렇게 사회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름 동기들과 두루두루 친하고, 많지는 않지만 후배와 선배들도 알고 지낸다. 동아리를 하며 다른 과사람들도 알고 지냈다. 나름 만족하며 대학생활을 했는데....
취준을 시작하고 아니 정말, 이 나름이 문제가 됐다. 나름 친하던 동기들은 함께 실업에 늪에 빠져있고, 나름 알고 지내던 선배들에게 대뜸 연락하기에는 나름의 벽이 너무 컸다. 그리고 내 낯짝은 너무 얇았고, 간절함은 이를 뛰어넘지 못했다.
스터디를 하다 보면 운 좋게 두루두루 넓은 발을 가지신 분들을 만난다. 이분들은 도대체 어디서 그렇게 꿀 같은 정보를 얻어오시는지, 황홀하기 그지없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감사한 그분들이 주시는 정보는 포털사이트를 떠도는 광고처럼 어딘가 가려져있다. 그리고 정보의 출처를 따라 링크를 눌러 회원가입을 해야 하듯, 내가 아는 누군가가 아니라면 언제나 어딘가 가려진 정보만을 얻는다.
나는 혼자라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혼자라도' 보다는 혼자가 편할 때가 많은 사람이다.
근데 아쉽게도 취업은 혼자서 열심히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
취업시장에서는 정보력이 합불을 결정한다. 회사마다 신입사원을 뽑는 취향이 달라서, 취향에 따라 마치 n개의 인격을 가진 마냥 자신을 포장해야 한다. 회사마다 주력 사업이 무엇인지 알아봐야 하고, 공고에 00명으로 가려진 모집인원은 돌고 돌아 연의 끝을 잡아 알아봐야 한다. 뭐뭐 사업으로 뭉뚱그려진 모집 분야에서 이번에 모집하는 자세한 직무를 알아내기 위해, 직무마다 다른 업무 내용을 알아내기 위해 어떻게든 지인의 실무자를 찾아 연락처를 헤맨다. 실제로 실무자에게서 받은 정보를 기초로 쓴 자소서가 인사담당자 눈에 준비된 지원자로 보인다니, 이제 절실한 사람만이 하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요소가 됐다.
이를 알고 보니 나름의 사회관계를 만들어온 과거가 후회스럽다.
특히 공고만 보고 써서 떨어졌을 때 누구누구에게 들었는데 이래이래 하래서 이래이래 했더니 됐다는 소리를 들었을 땐 억장이 무너진다.
'그럼 나도 좀 알려주지 그랬어.'
'그 사람 나도 미리 좀 소개해주지 그랬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른다. 하지만 나였어도 먼저 선뜻 알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심보가 나빠서. 어느새 나빠져서 내 선의가 의도치 않은 나의 불합격이 되어 올까 봐.
그래서
'부...럽다...나는 왜 몰랐지..'
라는 애매모호한 낚시질만 한다. 나도 좀 알려줘라는 속마음을 숨긴 체. 간절함이 또 자존심을 이기지 못했다. 그리고 황폐한 메신저 연락처 목록을 살피며 또 아, 한 번 연락해볼까? 인사 몇 번 해본 선배의 연락처를 눌렀다 취소했다 반복한다.
다음에는 간절함이 자존심을 이기고 당당히 물어봐야지 오늘도 다짐한다.
저도... 그분 좀 소개해 주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