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 「아무튼, 계속」
팟캐스트 <북로콜리> ep2의 요약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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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시리즈는 출판사 위고·제철소·코난북스에서 출간하고 있는 에세이 시리즈다. <아무튼,XX>라는 제목으로 '비건', '요가', '술', '문구', '양말' 등의 주제로 지금까지 50여권의 책이 출간되었다. 보통 150쪽 내외의 짧은 에세이인 <아무튼,XX> 시리즈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한 사람의 애호(愛好)의 역사가 압축적으로 표현된 에세이란 말이 딱 어울린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 후루룩 읽히지만 저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한 개인의 역사를 놀랍도록 자세히 적었다.
<아무튼, 계속>은 2017년에 출간된 아무튼 시리즈의 7번째 출간작으로 저자는 칼럼리스트로 활동하시는 김교석 작가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 책의 메인카피와 같이 굉장히 정돈되고 습관화된 저자의 일상을 담았다.
모든 순간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고, 어딘가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켜켜이 쌓아두고 언제든 되돌아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반겨주는 존재가 있길 늘 바란다.
「아무튼, 계속」 중
일상의 사전적 의미는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이다. 저자가 말하는 일상의 향상성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을 지켜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활은 본인이 필요로 하며 원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행동을 포함한다. 저자는 정해진 시간과 순서에 맞춰 청소를 하거나 또, 동네 골목을 지날 때 마주치는 세탁소 사장님께 인사를 건네는 일을 소개한다.
「아무튼, 계속」은 꾸준히 지키고 싶은 '일상'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반복되는 일상이 행복이 될 수 있음을 설득력있게 서술한다.
일상이 무엇이고 어떻게 일상이 행복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최근에 이사를 가서 자연스럽게 이사와 엮어 공감을 했던 것 같다. 이사를 갈 때마다 매번 머릿속으로 수십 가지 가구 배치를 생각해보곤 한다. 그리고 고심끝에 가장 완벽하고 생각한 배치로 가구를 들여놓지만, 한 두 달 지나면서 책장을 옮겨보고 침대를 옮겨보고 조명의 방향을 이리저리 바꾼다.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가구 배치는 천천히 시간과 함께 만들어진다. 몇 달이 지나고 더이상 가구를 옮기지 않게 되었을 때, 배치된 가구들 사이로 익숙하게 나만의 동선에 따라 일상을 보내는 시점이 온다. 그리고 그때가 되면 새로운 집이 '내 집' 처럼 느껴진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라는 책의 카피와 배치된 가구 사이로 익숙하고 유려하게 움직일 때 나는 집이 내 집 처럼 느껴진다. 나의 반복되는 일상적인 행동과 그 행동이 가능한 '집'이라는 공간에서 가장 편안함을 느낀다.
모든 순간이 조금 더 오래 머물렀으면 하고, 어딘가에서 자신과 함께했던 순간들을 켜켜이 쌓아두고 언제든 되돌아왔을 때 그 모습 그대로 반겨주는 존재가 있길 늘 바란다.
시간을 버텨내 온 단단한 것들에 흥미를 느끼고 안정을 얻는다. 자신의 삶에서 계속되고 있는 여러 ‘계속’의 생활 방식이 어떤 강박적인 루틴이 아니라 실은 시간의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튼, 계속」 중
저자의 규칙적인 일상에는 시간의 흐름이 담겨있다. 선호하는 주방용품 브랜드 조차 실패의 경험 성공의 경험이 모여 지금의 기준을 가지기 까지의 역사가 담겨있다. 그래서 저자의 강박적인 일상은 오히려 멋져 보인다. 긴 시간 동안 '자신의 하루하루에 집중해' 얻어 낸 결과이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갇혀 살고 있는 덕분이다. ‘긴 시간에 걸쳐 쟁취한 결과'는 무엇이든 특별히 빛나 보인다. 나에게는 3개월간 지속되는 일 조차도 시작하기 전 걱정이 한가득이다. 100세까지 살아내야 하는 이 시대에 3개월이 뭐 대수인 듯싶다가도 하루하루가 길고 요원하게 느껴진다. 시간에 쫓기듯 초초하게 무언가를 원하고 얻지 못해 좌절하길 반복하고, 단 하루 한 시간도 허투루 보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아쉬움과 후회 속에서 잠들지 못하는 밤이 많아진다. 아주 오래전 나의 이 조급함을 인정했지만, 여전히 지금의 이 시간이 너무 애달프게 소중해서 겁이 난다.
너무 단조로운 일상들이 계속될 때, 나만 이렇게 사는거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몇일 밤을 새면서까지 자기가 하고 싶은걸 하고 산다던데' 하는 불안함도 생긴다. 그런데 반면 저자는 새로운 도전에 매몰되기 보다, 늘 하던걸 끝까지 지켜내는 것에 더 중점을 둔다. 그리고 오히려 그곳에서 행복을 찾는다.
나는 성장과 변화와 발전에서 행복을 느끼지 않는다.
「아무튼, 계속」 중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라 모든 것이 피할 수 없는 변화를 맞아한다는 사실은 인간을 근본적으로 불안하게 만든다. 그 불안감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성장과 발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 변화를 피할 수 없다면, 나 홀로 정체되기보다 발전하기를 택하는 것이 유일한 불안으로부터의 탈출구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그 자리에 시간을 버티며 남아있는 것을 정체되었다 말하기 시작했던 건 아닐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우리는 시간을 버텨내 온 것들을 만날 때 큰 안정감을 느낀다. 피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불안감에서 잠시 벗어나는 경험을 한다. 20년 뒤에 찾아간 학교 앞에 여전히 남아있는 문방구와 떡볶이집,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동네 풍경. 심지어 과거의 것을 그대로 표현한 80-90년대 드라마에서 위로를 얻는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은 반복되는 일상이다. 시간의 흐름에도 변화하지 않고 나의 의지에 따라 그대로 남아있는 것. 내가 내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시간을 버텨내 온 단단한 것'이다.
20대는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다. 학교를 졸업하고 입학하고 다시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을 한다. 인생사에 다시없을 사건들이 밑 빠진 독에 쏟아지는 물처럼 익숙함을 부숴버리는 변화를 맞아한다. 가끔은 변화에 불안함에 지쳐 잠시 시간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어느샌가 고3이, 대학생이, 취준생이 그리고 직장인이 되어있다. 1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정신 차릴 새 신체적으로 심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어내고 있다.
변하지 않고 그곳에서 그렇게 반복되는 나의 일상은 변화가 주는 불안감을 이겨낼 하나의 안정감을 준다. 혼란스러운 2020년, 매일 다른 뉴스가 쏟아져 내리는 지금. 20대로 살아가는 나에게 불안의 시간을 버텨내고 기대어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줄 일상은 무엇일까.
계속되는 일상을 만들기 위해 나의 하루,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야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선 나의 하루를 먼저 살펴보자. 봄이라는 계절을 맞이하는 나의 루틴을 살펴보자. 그 속에서 마음의 드는 나의 행동을 찾아 반복하며, 성장에 집착하며 깍아내려간 나의 자존감을 조금 더 높어볼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체크인 한 호텔방’ 같은 집을 유지하려 출근 전 욕실과 침대를 치우고, 귀가 직후에는 20분 간 요일마다 정해진 집안 정리에 몰두한다.
짧게나마 3일전부터 책에서 언급한 ‘20분의 법칙’을 실천해봤다. 바닥에 떨어져있던 머리카락만 치워도 5분 가고, 옷정리, 화장대 정리 조금 하다보니까 20분이 금방간다. 그 다음날은 바닥을 한번 쓸고 닦으면 20분이 지나있다.
고작 24시간이 되는 하루의 20분을 투자했을 뿐이지만 저녁시간이 몰라보게 부지런해진다. 게대가 깔끔한 방에 살다보니 자연스레 기분도 좋아졌다. 나만의 이야기를 갖게된 느낌도 든다. 가장 중요한건, 20분 동안 무언갈 열심히 하다보니까 자연스레 계획했던 다음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평소라면 집에 들어가서 바로 핸드폰이나 컴퓨터만 보고 있었던 시간이다. 그 대신 20분 동안 집안 정리를 통해 워밍업을 해놓으니 그 이후에도 이전에는 계획만 했을 다음 일과로 몸이 움직인다. 나에겐 퇴근길 집에 도착하기 까지 집에가서 할 일을 미리 생각해두는 저자의 습관도 보람찬 저녁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됐다. 집에 도착헤 그때부터 침대에 누워 '이제 뭐하지' 멍하니 생각하는 시간을 줄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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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터슨>은 패터슨 시에 살고 있는 패터슨이라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버스기사 일을 하는 패터슨은 매일 같은 시간에 (알람도 없이) 일어나서 같은 시간의 출근을 하고 같은 시간에 같은 곳에서 점심을 먹고 퇴근을 한다. 집에 도착해서는 저녁을 먹고 또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길로 강아지 산책을 나간다. 산책길에는 매일 같은 펍에 들려 같은 메뉴를 시킨다. '같은'이라는 단어로 하는 장난처럼 패터슨은 정말이지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의 표본같은 인물이다.
그런 패티슨의 반복되는 일상이 하나 둘 엉망이 되지만, 패터슨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처음과 같이 출근을 하고 시를 쓰고 퇴근을 하고 시를 쓴다. 그의 일상이 망가지고 다시 돌아와서야 지겹게만 느껴졌던 같은 같은 같은의 반복이었던 패터슨의 하루가 안정적으로 느껴진다. 불편했던 마음이 다시금 편안해진다. 패터슨일 매일 소중하게 쓰고 간직하는 시가 가득 적힌 노트가 그 과정에서 사라져버린다. 너무나도 안쓰럽고 불쌍하게 느껴졌는데, 패터슨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또 다시 시를 써내려간다. <아무튼, 계속>과 함께 짐자무쉬의 메세지를 드디어 이해했다고...생각해본다. 그에게 시는 시인이 되고자하는 꿈을 위한 행동임과 동시에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는 일상의 루틴이 아니었을까.
패터슨과 달리 패터슨의 아내는 어제와 다른 오늘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산다. 어느날은 파이를 구웠다가 어느날에는 컵케익을 만들고 어느날을 그림을 그리다 어느날에는 악기를 배운다. 패터슨의 일상이 어그러진 이유에 패터슨의 아내가 한 몫을 한다. 너무나도 다른 둘이 왜 같이 살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다시 보니 너무나도 달라서 함께살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패터슨은 아내를 보며 아내는 패터슨을 보며 자신에게 부족한 새로움과 안정감을 대신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이지 지루하고 지루하다. 매일 반복하는 나의 일상도 지겹게 느껴지는데 하이퍼리얼리즘 처럼 반복되는 패터슨의 하루하루는 짐자무쉬 감독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영상미만으로는 그 지겨움을 감추지 못한다.
최근 Wavvv에 2008년도 드라마인 <그들이 사는 세상>이 메인에 떴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처음으로 인생 드라마라고 말했던 작품이다. 오랜만에 다시 주말내내 모든 회차를 다시 정주행했다.
<아무튼, 계속>을 보면서 계속해서 나는 왜 이렇게 짧은 시간에 갇혀살까라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갇혀살아 불안함을 느끼고 그래서 또 다시 더 짧은 시간에 나를 가둔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사는 세상은> 10년전에 본 뒤로 5년전 그리고 최근 다시 제대로 본것 같다. 드라마를 다시보니 10년간 그리고 또 5년간 내가 많이 변했다는 걸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방속국 드라마국 Pd와 드라마 스텝, 배우 그들의 가족까지 성별 나이 위치 상황에 따른 사람사는 이야기를 다루는 드라마다. 시간이 지나 더 많은 사람 더 깊은 고민에 공감하고 이해할 줄 아는 나를 느끼면서 내가 많이 발전했다는 사실이 확실하게 다가왔다.
특히 성격적인 단점이나, 습관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결국에 바뀌지 않아 좌절하기도 했는데 긴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바뀌었다는 점이 좋았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도 시간과 힘든 시간을 버티고 여전히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져서인지 인물 하나하나를 따라가다보면 일년 일년 나의 모습들이 이상하게 떠오르는 작품이다.
사회적으로도 발전한 성평등 의식을 느낄 수 있다. N번방 사건으로 암울한 날들이 더 암울해진 시간이다. 어쩜 세상은 이렇게도 변하지 않고 더욱 악랄해질까 마음 아팠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08년도에 비해 놀랍도록 모든 면에서 여성에게 가해졌던 편견과 억압 불평등이 많이 사라졌음을 보여준다. 세상을 확실히 변하고 있다. 비록 천천히 아주 조금씩 느껴지지 않게 변화하고 있을 뿐.
그러니 나는 아무튼, 계속 내가 할 일을 내 일상을 지속해 나가야지.
위 내용은 팟캐스트 <북로콜리> ep2의 요약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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