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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Oct 19. 2023

우리는 진짜 사랑이라 할 수 있는가?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 없다. 너란 사람은 암만 내가 머리를 싸매고서 부여잡고 연구하고 파헤치려 노력한다 한들, 눈곱만큼도 제대로 알아내는 구석 없을 것이었다. 넌 겨우 가까워졌다 싶으면 저만치 멀어져 팔짱을 낀 채 비정한 눈을 흘기고 있었다. 그렇기에 잡는다는 것. 손을 뻗어 닿는다는 건 추호도 허락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난 너의 전부를 사랑한다며 호언장담했다. 한데 조금은 까탈스럽게 따지고 본다면, 난 네가 잠을 잘 때의 모양과 잠버릇을 모르고.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누워 치과에서 진료받는 얼굴과 이에 낀 고춧가루를 빼는 모습을 모르고. 누군가와 시비가 붙었을 시 어떻게 대응하는지 모르고. 뒤에서 어떠한 추악한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데. 정녕 너를 사랑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너의 어떠한 면을 사랑한다고 그간 호기롭게 단언할 수 있었는가.


인간의 양면성은 존재한다. 고로 내가 아는 네 모습이 온전히 너라는 전제는 불가능하다. 내가 감히 엿보지 못한 너의 과거와 겪어보지 못한 미래까지. 과연 우리는 한 사람의 인생을 완벽히 애정 어린 기세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디선가 보았던 글귀에는 이런 말이 적혀있었다. 한 사람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랑할 수는 있는 거라고. 이 점을 기반으로 깔고서 되돌아보았을 때. 내가 널 사랑한다고 여겼던 순간은 널 이해하려 들기보단 있는 그대로의 너를 너라고, 구태여 설명하려 들지 않고서 고갯짓하기 시작했을 적부터였던 것 같다.


널 사랑하기에.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그러려니 했다. 별거 아닌 일에 성을 낼 때에도 네게는 어떠한 결핍이 자리 잡고 있을 수 있겠거니 했다. 비밀이었다만 너의 바닥인 모습마저도 멋대로 상상하여 몰래 경험해 보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난 널 사랑한 게 맞다고. 의심할 여지없이 모든 게 기정사실이라고 고백해도 되나? 사람이 사랑해서 무엇도 사랑이 된다면 그것은 참말로 사랑이 아닌가.


오늘은 네가 미워질 기미가 보였다. 미워하는 것도 사랑이라더라.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거라더라. 막연한 감정에 사랑이 의심이 되는 날. 나는 진짜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했는가.

사랑이라 할 수 있었나,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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