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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Oct 17. 2023

가끔은 사색을 즐기던 때가 그립기도 하다  

영원할 줄 알았던 감동은 쉬이 저물었고 날 지극히 슬프도록 만들던 것들도 예전만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아울러 좋아하던 것들마저 시시해졌다. 약해질 때마다 습관처럼 찾게 되는 얼굴을 이불처럼 덮은 채 새우잠을 청한다. 내일이면 달라져있을 거란 일말의 기대감도 없는 꿈이다. 난 노상 무언가에 얽매었고 그게 본인임을 깨닫게 된 건 부쩍 요새 들어서였다. 네 편이야, 그 말이 저릿했다. 거짓이란 걸 알면서도 얼렁뚱땅 속아 넘어가게 했다.


살아가며 간혹 어쩌다, 어떠한 우연을 기점으로 전적으로 믿고픈 이를 만나기도 한다. 무정한 짓을 하든 간에 무조건적으로 애정을 품으며 달리 고백을 하지 않더라도 내가 그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에 있어 결국엔 모조리 사랑이었음을 깨닫게 하는 존재들. 구태여 사랑임을 드러내지 않더라 한들 기어이 사랑이었다며 시월의 마른하늘에 퍼석하게 읊조리도록 하는 것들. 나로 하여금 묵은 감정들을 종잇장에 풀어헤치고 기록하도록 돋우는 것들.


삶을 다소 감상적인 관점으로 대하는 면에 있어 긍정이 되는 점은 추호도 없었다. 그 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 치는 가엾은 과거의 나만 유효했다. 한 대상을 오래도록 탐구하다 보면 남는 게 무엇이 있을까? 사람마다 적합한, 아주 딱 들어맞는, 효과 직방인 위로 법이란 게 있나? 보편적인 응원으로 누구나 힘이 되진 않지 않나? 단순히 사랑만으로 충족될 수 없는 결핍임을 알아챘을 때. 사람은 그때 싱거워지고 두루두루 시원찮아진다. 인생이 한물간 tv 프로그램 같다. 더는 보고 싶지 않고 기다려지지 않는. 시청률은 날이 갈수록 하락세를 겪는.


본인을 궁금해하지 말라던 이의 속뜻이 아슴푸레 이해하게 되던 날이 있었다. 그날을 시점으로 난 더 이상 누군가를 깊이 알기 원하지 않게 되었을뿐더러 날 알려주는 면에 있어서도 꺼려 하게 되었다. 뭐든 적당한 거리 유지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충돌을 면할 수 없었다. 관계는 병들고 더는 손쓸 수 없는 상태로 데려다 놓았다. 상하는 감정은 냉장고에 잘 넣어두고 일정한 양을 소분하여 적절히 사용해야 했다. 난 항상 과하고 이상을 기대하여 탈이 나는 거였다.


이제 파이팅! 이란 말에도 맥없이 고꾸라져 벽에 이마를 가져다 댄다. 사람의 마음도 이따금 건전지처럼 갈아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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