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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Oct 11. 2023

우리의 세계를 형성하는 일

계단을 오르다 말고서 벽에 이마를 기댄 채 부동자세로 가만있는다. 센서 등이 켜진다. 희미한 불빛마저 사라진 공간은 어둠에게 집어삼켜진다. 핸드폰 너머로 너의 음성이 들려온다. 기타를 치며 노래를 흥얼거리는 소리가 꽤나 듣기 좋다. 잠시 잠깐 그렇게 시간을 멈춰본다. 돌아갈 수 없는 것들을 자주 생각한다.


난 너의 단점을 단점이라 여기지 않는다. 제 감정에 충실할 줄 알고 본인이 느낀 바를 명확하게 설명할 줄 아는 넌 누구보다도 대단하다. 본인이 가진 강점을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의심하지 않고 나아간다. 개척한다. 넌 어떤 세계를 살아왔던 걸까? 나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넌 가끔 내가 닿을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한 인간 같기도 하다.


네가 주는 영향력은 내 인생 전반에 걸쳐 요지부동이었던 마음을 일으켜 세운다. 너의 슬픔도 아픔도 함께 나누고 싶다. 너 홀로 감당해야 할 건 이 세상에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미세하게 들썩이는 네 어깨를 끌어안으며 난 다신 네가 울지 않게 하겠다, 다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나로 인해 울진 않았으면 한다.


하루하루 자라나는 감정은 매일 너를 보아도 모자란다고 칭얼거린다. 괜히 네가 더 보고파지는 날에는 별것 아닌 일로 트집 잡아 투정 부리기 일쑤이다. 네가 잘 되는 걸 보고 싶어. 그리고 그게 내 곁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아. 무한한 응원과 애정이란 거. 넌 그런 거 믿고 있나. 받아본 적 있나.


해가 저물면 심연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날 기어코 끌고 와준 너였다. 죽어있던 화분에 물을 준 사람도 너였다. 살아있다고 해서 전부 살아있는 게 아닌 삶에. 온기와 생명을 불어넣어 준 인물도 다름 아닌 너였다. 너를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아직 이 세상에 만들어지지 않은듯하다. 만일 그걸 발견한다면 우리는 우리로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넌 나의 깊은 곳에 숨겨진 푸른 멍을 찾아내 직접 약을 펴 발라준다. 얌전히 앉아 고스란히 손길을 받고 있노라면 그간 잠들지 못했던 밤을 쉬이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다.


넌 아프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를 바란다. 넌 감기 한번 걸리지 않는 생애를 보냈으면 하고 숙취로 고생하는 날들조차 없기를 염원한다. 보고 싶다고. 사랑한다고 마구 발설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널 사랑해.

마구마구 쓰고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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