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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Oct 08. 2023

같이 있자

평생 너를 맴돌며 살아갈게. 너에게 무엇이든 되어줄게. 언제든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머물러 작은 소리에 민감히 귀 기울이며 반응할게. 네가 도움을 요청할 시엔 누구보다 재빨리 나타나 도와줄게. 심심하거나 하릴없이 푸념을 늘어놓고파 할 때에도 좋아. 친구가 되어줄게. 온갖 짜증과 응석 부리는 걸 받아줘야 한다 한들 나쁘지 않다. 가끔가다가는 재롱 피우는 귀여운 동생도 되어줄 수도 있어.


네가 뭘 해도 아프지 않을 순 없지만 그렇지 않은 척할 수 있어. 네가 원하는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 나의 세계를 버려야 한다면 기꺼이 그러라 하지. 너한테 조건 없이 다정할게. 부름에 응답할게. 네가 내 이름을 불러주어야만 가치가 있어. 너는 나의 가치를 안다고 했잖아. 그런데 그게 네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사라진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아. 다시없음을 경험할 수 없어. 너를 보내며 흘렸던 눈물들과 정처 없이 떠돌았던 거리를. 난 맨발로 어디든 갈 수 있어.

네가 보고 싶어. 암만 술에 취해도 넌 나타나지 않잖아. 얼굴 부여잡고서 하고픈 말이 참 많은데 짤막하게 대신하는 텍스트와 부질없는 안부 묻기로 별 탈 없는 양 굴어. 난 나름 잘 살고 있으나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구멍 난 바구니와도 같다. 제아무리 물을 퍼다 부어봤자 줄줄 새어나가. 막으려 해도 안돼.


그러니 우리 어떤 식으로든 같이 있자.

내 생에서 빠져나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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