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컷 울어젖히고픈 날들이 계속되고 있으나 좀처럼 눈물은 나오지를 않았다. 선한 것들이 우선이라며 나도 그것들을 닮아가겠단 다짐은 진작에 깨 먹어버렸다. 마시지도 않던 술을 입에 가져다 대고 몸에 좋지 않은 짓들을 종종 일삼고 있다. 조금은 달라질 거란 기대가 있긴 했다. 실로 일이 안 풀리는 쪽은 아녔다.
부산에서 계획 없이 사주를 봤을 땐 민 머리에 중절모를 쓰신 할아버지께서 연신 내가 돈방석에 앉을 팔자라고 강조하셨다. 더불어 남편 복이 매우 좋다고. 나중에 건물주에 벤츠를 타고 다닐 테니 그때 가서 잊지 말고 꼭 본인에게 박카스 한 박스 사다 달라고. 이러한 말들에 약간은 기분이 좋다. 미신을 잘 믿는 편이었다. 할아버지의 사주 풀이대로 살고자 하는 바람에 건네주신 명함을 지갑에 넣었다. 예전엔 요행 같은 건 바라지도 않았었는데 복권 한 장에 기대를 걸어 본 일이 시발점이 되었나.
기억력이 너무 좋아 사소한 걸 잊지 못하는 점이 불만이었던 때도 지났다. 기억력이 현저히 떨어져 이제는 중요한 걸 쉽게 잊어버린다. 불과 어제 일도 희미하다. 약은 여전히 달고 산다. 전부였던 걸 잃어버렸음에도 잘 살아지고 있다. 젊음을 후회하지 않도록 현재를 잘 즐겨야 한단 말에 제대로 응하진 못하고 있다. 무얼 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날지 모르겠다. 젊음을 손해 보고 싶진 않다만 막상 하자니 죄다 시시하다. 감정이 크게 동요할 수밖에 없었던 사람과 사건들을 지나쳐온 까닭이려나.
공허하다.
내가 말하고 내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