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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Oct 20. 2023

우리는 사랑해야 사람이 된다

사랑에 재능은 없으나 계속해서 잘해보고 싶다. 서로의 호흡이 자꾸만 엇나갈 때 우리는 사랑을 말하기를 주춤한다. 괜히 섣불리 사랑이라 입 밖으로 내뱉었다간 거대한 책임감에 눌려버릴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과거엔 사랑을 함부로 마구 발설하고 다녔던 것 같다. 딱히 사랑이었던 것도 아녔는데 사랑한다고 했다. 이미 진짜 사랑을 경험한 후였기에 그들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난 가짜나 다름없는데도 굳이 굳이 사랑인 척 연기하려 들었다.


당시엔 꼭 그래야만 채워지는 무언가가 있다고 여겼다. 사랑을 연기할 경우 사랑이 사랑이 될 거라 생각했다. 사랑을 말하고서 사랑을 세뇌 시켰다. 스스로한테 그랬다. 그게 건강하지 못한 사랑이란 건 시간이 지난 한참 후에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다. 특별한 계기라 할 건 없었다. 적을 소재거리도 되지 못한다. 다만 사랑을 연기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후로는 사랑을 대하는 면에 있어 더더욱 진중해졌다. 입이 무거워졌다. 사랑한단 말을 들어도 내가 정말 정말 정말로 사랑한다는 것을 실감하기 전까진 벙긋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얼굴에 대고 웃음으로 무마했다.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였다.


거짓으로도 사랑을 말할 순 없었다. 사랑의 깊이와 무게를 알았다. 그건 첫사랑이 지나가고 맞이한 다음 사랑으로 인한 것이었다. 사랑이 나를 어떻게 움직이게 하는지. 어떤 식으로 변화 시키는지. 사랑을 겪어본 이들은 결코 사랑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손끝이 파리해지며 심장은 금방이라도 생을 다할 듯 벅차오름을 경험해 보아야 한다. 이 사람 없으면 안 될 것 같고 이 사람 아니면 안 될 것 같음, 그 이상. 절실해져 본 적이 있나?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 또는 그런 일.’이다. 사랑이 무엇이냐 물으면 난 늘 동일하게 대답한다. 전부. 아낌없이 주고자 하는 것. 조건이 없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다. 사랑은 사람을 제일 바닥으로 끌고 가기도 한다. 한 대상이 내 인생에 개입되는 거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간에 벌어진다. 마음이란 땅에 사랑이란 씨앗이 떨어져 내리고 무럭무럭 자라나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면 게임 끝이다. 마냥 아파하는 수밖에 없는 건 아니다만 그게 일방적일 경우 아파하지 않을 순 없다. 요컨대 깊이가 상당히 깊어진다면 말이다.


아울러 사랑은 한 사람에게 내 세계를 장악할 권력을 쥐여주는 행위이다. 그 인물의 말마따나 뒤바뀐다. 장대한 영향력을 미친다. 사랑이 밥을 먹여주진 않지만 밥을 먹게 하기도 한다. 밥을 먹지 않게 하기도 한다. 걷지 않아도 될 길을 기어코 걷게 하기도 하며 병들게 했다가 병이 낫도록 했다가 숨을 참고 싶도록 했다가 숨을 쉬게 만들기도 한다. 호흡이 되어 삶의 곳곳에 스며든다.


이따금 사랑은 정신병 같기도 하다. 하루 종일 기분이 멋대로 오르락내리락하고 온 신경이 곤두서있으니 감정적 소모와 체력적 소모도 엄청나다. 에너지 분산이 골고루 분포되지 않아 피로해진다. 연애를 하는 면에 있어서도 곁에 있으면 감정이 불꽃 튀고 맞춰가는 단계에 있어 다툼이 있을 수 있으니 쉽게 체력을 다하는 경향도 없잖아 있었던 것 같다. 사랑은 사람의 평정심과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데에 있어 과연 최고이지 않을까 싶어진다.

하지만 사랑에 있어서 좋은 점도 다분하다. 배우고 깨닫게 되며 제일 성장에 한몫하는 것 같다.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자신도 모르던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하고 그 사람에게 있어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가꾸도록 한다. 한 사람을 위한 배려를 배우고 존중을 배운다. 그리고 이게 곧 다수에게로 확장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렇게 한 사람을 오래 골몰할 경우 결국 사람이란 존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아울러 살아간다.


사랑을 해본 이와 해보지 않은 이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사랑을 줘보기만 한 이와 받아보기만 한 이도 다르다. 주기만 한 이는 받는 법을 모르고 받아보기만 한 이는 주는 법을 모를 수도 있다. 사랑은 주고받음이 오갔을 시 결핍이 채워진다. 충만해진다. 만일 공허하다면 현재 내가 건강한 사랑을 주고받고 있는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으로써의 난 비로소 헛헛함을 바꿔가고 있는 느낌을 받는다. 장기간 동안 텅 비어있던 냉장고 안을 이제야 하나씩 채워가고 있는듯하다. 머잖아 능숙하게 요리도 할 것 같다. 이만큼 나를 채우고 일으켜준 나의 사랑들에게 감사하다.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법한 여러 감정들을, 살아생전 경험해 볼 수 있었단 건 운이 좋았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앞으로도 사랑과 사람, 전부 잘해볼 작정이다. 우리는 오늘도 내일도 온 힘을 다해 사랑해야 한다.


사랑해!

더 이상 사랑으로 오는 모든 것들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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