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쩍 자주 듣기 시작한 노래를 본인이 처한 상황이라 할 수 있겠다. 카카오톡 상단에 표시되는 프로필 뮤직엔 현재 상태를 대변해 주는 곡을 설정하게 된다. 암만 멜로디가 좋다 한들 끌리지 않는다. 가사를 중요시한다. 노래를 재생하기도 전에 곡 정보를 눌러 쓰인 얘기를 살핀다. 그 안에서 나를 발견할 경우 곧장 플레이리스트로 직행.
나의 플레이리스트 앨범 제목은 ‘ㅠ’와 ‘ㅠㅠ’로 나뉘어 있다. ‘ㅠ’는 주로 감성 힙합 곡을 담고 ‘ㅠㅠ’는 이외 발라드와 인디음악을 담는다. 덜 울고 더 울고의 차이는 딱히 없다만 ‘ㅠㅠ’ 쪽이 좀 더 감성을 세게 건드려 펑펑 울게 하는 면은 있는 것 같다. 적고 보니 죄다 울기 위한 곡들인듯하다.
에어팟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사랑한다. 외부 소음을 차단하고 오로지 에어팟 너머로 들려오는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난 어느새 뮤직비디오 속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보다 낭만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음악이 배제될 경우 세상은 따분하고 지루해진다. 색채를 잃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도무지 노이즈 캔슬링을 포기할 수가 없다. 덕분에 길을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시 길을 잘못 들거나 잘못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초행길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다만 음악이 함께한다면 이마저도 이미 짜인 시나리오 각본을 수행하는 양 느껴진다.
대개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은 나처럼 여겨지는 인물들이다. 예를 들자면 나의 짝사랑 시기와 연애 시기. 사람에게 데이고 돌아선 시기. 입사를 하고 퇴사를 한 시기. 가족에 대한 나의 사랑. 친구에 관한 각별한 우정. 등등 이러한 것들을 어쩜 그렇게 잘 알고서 콕 집어 적절한 시기에 음원을 발매해 주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겠다. 때에 맞춰 가려운 곳을 긁어준단 표현도 적당하겠다.
어떻게 보면 노래는 특정한 시기. 시절. 시대를 기록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당시 들었던 음악을 시간이 한참 지난 뒤 다시 들으면 그 시절의 추억이 상기되는 까닭이기도 하겠다.
영화 ‘비긴 어게인(Begin Again)’에선 그 사람이 듣는 음악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 대사를 듣는 순간 속절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사람을 알고 싶다면 그 사람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아라. 상대의 취향과 감성, 성향, 방향성, 당장의 고민을 전부는 알 수 없을지라도 일부는 엿볼 수 있을 거라 장담한다.
오늘 내가 들은 곡은 ‘hey1996-갑자기 다가오면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이다. 내가 사랑하지 못한 나의 지난날들을 사랑해 보려 한다. 어쩌면 나의 과거 또한 어느 누구나 공감하고 겪어봤을 법한 가사처럼 매우 보통이고 흔하다며 가볍게 여겨보고 싶다.
플레이리스트를 되감아보고 시절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