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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또 Nov 01. 2023

나와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것

어영부영 특별히 이룬 것 없는 하루를 살아도 괜찮다. 본인의 체구보다 한 치수 더 큰 옷을 입고서 헐렁하게 돌아다니며 비틀비틀 넘어질 듯 위태로운 태세를 취해도 무관하다. 작은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여 뛸 듯이 기뻐하거나 나라 잃은 사람 마냥 슬퍼해도 틀리지 않다. 금세 뾰로통해진 얼굴과 댓 발 나온 입술, 불평불만을 술술 늘어놓고서 싫은 건 싫다고 딱 잘라 단호하게 말할 수 있음에 실컷 귀여워하겠다.


누구와 같을 필요 없고 다른 길을 가도 좋다. 남들이 생각하는 곧이곧대로 순순히 행해주지 않아도 된다. 사랑에 아파했다가 사람에 발악했다가 불완전한 앞날에 주저앉아도 된다. 마음이 병든 날에는 아프다고 솔직히 투정 부려도 된다. 오늘 하고픈 일이 없다면 내일에게 맡기자. 울고 싶을 땐 목 놓아 울어젖히자.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다음 내일을 기다린다고 되뇌어본다. 우리에게 한정된 내일이란 없다. 무궁무진한 날들을 마음껏 상상해야 한다. 그 안에 불안은 잠시 배제해도 좋다. 여하간 상상 속이니 최대한 더 더 더 좋은 쪽으로만 시나리오를 짜서 움직여보도록 한다.


나는 우리의 다름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서로의 뭉친 어깻죽지를 주물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난 너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있는 그대로의 너 자체를 사랑하려 들겠다. 존중이란다. 아프지 않으려 망설이던 날들이 있었다. 결과는 항상 후회뿐이었음을 고백하는 바이다.


네가 편식하며 밀어낸 녹색 채소들을 야금야금 씹어 먹으며 분홍빛 뺨을 손등으로 쓸어본다. 네가 꿈꾸는 악몽이 실현되지 않을 거라며 네가 사는 악몽이 현실이 되지 않을 거라고. 널 끌어안는다. 우리는 틀리지 않다. 다름에 닮음을 산다. 달라서 재밌단 말이 어쩌면 괜히 있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너를 보는 내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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