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좋아한단 말을 내가 했던가. 널 만나 불안정하게 기울었던 인생이 그나마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고맙다고 한 적이 있던가. 처음 마주한 봄을 지나, 여름을 겪었고 가을 앞에 섰다. 과연 우리가 사계절을 모두 함께 할 경우 무엇이 달라져있을까. 궁금함과 동시에 쓸데없이 불길한 예감이 드는 날에는 너의 필체로 가득한 편지를 다시금 꺼내어 읽는다.
나는 매일이 두려웠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인생인지라. 그간 지나온 길들이 뾰족이 아파 잠 못 이룬 날들도 대부분이었던지라. 삶의 절반가량을 불안해하고 상처를 숨기는 데에 급급한 채 살아왔다. 한데 널 대면한 후로는 조금씩 달라졌다. 무서움이 한결 덜하다. 또다시 어떠한 불행이 들이닥친다 하여도 이겨낼 수 있을 듯하다. 예를 들자면 너는 내가 벌벌 떨 시, 그러니까 우리가 흔들 다리 위에 놓였다고 가정할 경우, 너는 무서워하는 나를 안심시키고자 성큼 앞장서 걸어줄 사람이다. 그러고는 단단한 손으로 나를 잡아 이끌어줄 인물이다. 불안으로 가득한 똑같은 질문에도 백 번 천 번 ‘괜찮다’는 대답으로 나를 달랠 인간이다.
의심할 여지없이 넌 하늘이 나에게 준 행운이 분명하다. 그동안에 몹시 힘들었으니 이제 널 만나 쉬라며 보내준 것 같다. 반면 난 너한테 그런 존재가 되는가,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너에 비해 부족한 면이 많고 덜렁거리고 겁이 많으며 자주 앓고 약을 먹는다. 또한 과거 기억들로 인해 종종 넋을 놓고 주춤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하지만 너는 보채지 않고서 기다려준다. 묵묵히 나의 손발을 주물러주고 달려가 약을 사다 준다. 비가 오는 날에는 비가 온다고. 날이 밝은 날에는 날씨가 좋다고. 하늘이 예쁜 날에는 하늘을 올려다보라고. 아침을 시작하는 메시지를 전송해온다.
솔직히 난 이제 누군가가 사라진다 하여도 삶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일정량 소분한 마음만 주어야겠다고 다짐한 쪽이었는데, 네게는 쉽사리 제어가 되지 않는듯하여 이따금씩 막막해진다. 부디 우리가 서로를 등 돌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더 이상 나쁜 결말은 진부한 레퍼토리에 불과해졌을뿐더러, 더 다칠 마음의 면적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넌 정말 보기 드문 좋은 사람이다. 그런 너를 잘 좋아하고 싶다. 오늘도 용기 내어 너를 믿고 사랑해 보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