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정말 우연히. 우리 농담처럼 마주칠 날이 있을까? 어느 이름 모를 거리에서. 이를테면 이유 없는 끌림으로 인해 들어선 자그마한 소품 가게 안에서. 뻔하고 흔한 삼류 영화의 한 장면 마냥 마주치는 순간이 있을까. 그럴 경우 우리 황급히 맞닿은 시선을 거두고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있을까. 일말의 뚝딱거림도 없이. 내가 아직 너를 기억하고 있었어, 티 한 점 내지 않은 상태로 태연할 수 있을까.
난 가끔 너를 운명적으로 마주치는 상상을 한다. 우리 어떻게든 꼭 한번은 봐야 이 이야기의 결말이 완전히 맺어질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네가 우리 이별하던 날 그랬다. ‘넌 나 안 보고 살 수 있어?’ 나는 그때 뭐라고 대꾸했더라. 그렇게 해봐야지. 안되더라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해봐야지, 했던가. 그 말대로 나는 기어코 살아냈다. 어디서든, 장소 불문하고서 눈물을 훔치다가도 바쁜 일상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지금까지 흘러와 살아졌다. 뱉은 말을 곧이곧대로 잘 지킨 셈이다.
하지만 이렇다고 해서 쉬웠단 것은 아녔다. 앞서 적은 문장만큼 울었다. 진짜 장소 불문하고서 눈물이 났다. 사람이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도. 한창 시끌벅적한 번화가에서도. 회사 화장실에서도. 친구와 들어선 카페 안에서도. 어린 애인 양 주체하지 못해 눈물이 터져 나오기 일쑤였다. 너에게 연락하고픈 순간 또한 여러 번이었다. 셀 수 없을 지경으로 목소리를 듣고파했다. 텍스트라도 나누고파 했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 참았다. 묵직한 숨을 내쉬며 핸드폰을 엎었다. 가슴이 이토록 미어질 수가 있는 거구나. 난생처음 대면하게 된 진한 이별의 아픔이었다. 이마에 팔을 얹고서 아직도 떠올린다. 우리 만약에, 가정하며 미간을 쓸어본다. 너는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 한때 우리가 사랑했던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을 정도로만. 딱 그 정도로만 행복하기를 바란다.
네가 하는 모든 일들을 나의 꿈인 것 마냥 응원하던 시절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