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찌 되었든 간에 난 당신을 필연적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고 결론짓는다.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길 없을 모습으로 멀뚱히 등장했다. 당신과 어울리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짐작하다가 그게 나였으면 한다는 바람을 갖게 된 지는 어느덧 며칠째이다. 그 사이 달력도 넘겼다. 불면에 시달렸고 늘 피로한 낯짝이 되었다. 뭐만 먹으면 속이 얹히는 탓에 까스활명수를 매일 같이 먹어댔고 ‘너 그것도 버릇된다’ 부모님께 한소리 들을 정도였다. 더불어 두통약도 하루하루 꼬박꼬박 영양제 마냥 물과 함께 꿀떡 삼켰다.
난 원래 누군가를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녔다. 그래서 더욱더 쉬이 오지 않을 감정과 기회란 것은 인지하고 있는 참이었다. 친구에게 당신과 있으면 행복하다고 말하고선 곧장 일그러지는 얼굴을 보였다. 내가 가진 고민들이랑 사랑을 멈춰야 할듯한 이유를 줄줄이 읊고 나니 속내가 허했다. 친구는 ‘그렇다면… 그런 식이라면 넌 절대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이루어질 수 없겠다… 너한테 그런 감정이 쉽게 오는 것도 아니고 어렵게 찾아온 순간인데도 그러한 고민들로 인해 주저하게 되니까…’
카페 창문 너머엔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이고 있었다. 턱을 괴고서 중얼거렸다. 힘들다. 좀 더 어렸더라면 이래저래 생각할 거리 없이 당장 감정만을 따라갔을까. 혹 아니면 지나온 시간들이 멀쩡했더라면 덜 주춤거렸을까. 그냥 나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굴 수 있었더라면. 상황을 배제할 수 있었더라면.
부평 이름 모를 길목에서 팔고 있는 꽃의 꽃말은 ‘진심’이라고 적혀있었다. 난 그 당시에도 당신한테 그 꽃을 쥐여주는 상상을 했다는 건, 비밀이었다. 과거를 되돌아보며 후회해도 달라지는 것 없고 미래를 걱정하며 불안해해도 그대로 되는 것도 없단 친구의 말에 고갯짓을 했다. 입술을 앙 다무는 습관으로 인해 한껏 부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이마를 몇 번이나 짚었다.
사랑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들을 알아버린 지는 꽤 오래된 일이었는데. 사랑만으로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는 댓글에 남몰래 조용히 좋아요를 누르며 공감했던 게, 일종의 다짐 비슷한 것이기도 했는데.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하면서도 영락없이 제자리걸음이었다. 내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반대편 길이 눈에 밟혀 한 걸음도 떼지 못했다. 왜 이렇게 좋아하게 되었을까. 우리가 운명이란, 정말이지 어느 소설 속 농담처럼 믿고 싶을 정도로, 왜 지극해지나.
계속 당신 생각만 한다고 적었다. 거짓 한 점 섞이지 않은 진담이었다. 주고픈 것들이 많고 주려는 것들이 많다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꼼지락거리며 자제했다. 당신이 훗날 나를 ‘이래서 좋아했지’하며 원망할리 없기를 소망했다. 나 역시 당신을 절대적으로 미워할 수 없을 거였다. ’이토록 좋을 수 있나…’
일찍이 해가 지는 바람에 밤이 조금 빠르게 찾아왔고 그리움은 증폭되어 온통 보고 싶다는 글자만이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어리숙한 투정일 수 있겠지만 한 평생 내 사랑은 조금도 수월한 적 없었단 게 억울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