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적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란 말을 아낌없이 하도록 하는 사람이 있었다.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도무지 미워할 수가 없었다. 잘못이나 실수를 하고 난 후에, 잔뜩 꼬리 내린 눈가로 본인이 싫어졌냐 물을 때면 속절없이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그 사람 한정으로 관대해졌다. 이성과 감성 사이에서 흐트러졌다.
처음부터 희한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리만치 눈길이 가는 탓에 억지로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애썼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내가 좋아할 이유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인간이라는 걸 알았다. 좋아하면 안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 ‘나는 저 인간 앞에서는 뭐든 지고 싶겠구나’ 소란스러운 마음을 덮은 채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옛적에도 비슷한 유형의 사람을 또 만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매번 졌다. 뻔히 똑같은 결말을 초래할 노릇이었다. 그 당시 그토록 힘겨워하고 고통의 나날들을 견뎌야 했는데. 배우고 깨달음을 얻은 거라고 결론짓고서 잊으려 온갖 노력을 다했는데. 더 아파봤어야 했던 걸까.
눈이 오면 슬픔의 빈도가 높아졌다. 패딩 안에 넣은 손끝이 차가워졌다. 시린 입김을 비집고서 이름이 흘러나왔다.
이젠 정말 보고 싶어도 볼 수 없겠지.
웃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