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길을 걷다가 문득 들려오는 웃음소리에 뒤를 돌아보다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해 한참을 멍하니 서있게 된 적이 있을까. 당신이 아닌 곳이 없다고. 도무지 당신 투성이가 되어버린 세상인지라, 편히 눈길 둘 곳 없다고. 말하고 싶은 순간이 생겼을까. 내 마음이 당신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하필이면 나라는 사람을 사랑하여 많이 울게 된 건 아니었을지.
당신을 아프게 하는 것들이 싫었다. 간혹 당신을 하대하거나 무시하는 인간들이 싫었고 당신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다 아는 것 마냥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사람들도 싫었다. 당신이 과거에 상처가 되었던 일화를 들려줄 때면 내가 뭐라고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리는 바람에, 그 시절 당신을 알지 못한 스스로가 형편없기도 했다. 그리고 진짜 제일 싫었던 것은, 다름 아닌 내가 당신을 울게 하는 것들 사이에 끼게 되는듯하여 싫었다.
당신의 슬픔을 내가 덮어줄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당신을 안아줄 수 없어 아쉬웠다. 내가 당신의 인생에 행운이기를 꿈꾸며 정작 그럴 수 없단 현실이 야속했다. 발버둥 쳐서라도 내가 지나온 날들과 내가 지켜가야 할 것들, 이를테면 나를 얽매고 있는 것들을 까맣게 잊고 싶었다.
아무리 기억을 뒤집어 보아도, 당신과의 만남은 필연적이었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