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라고 생각했더라면 유치한 거겠지요. 그렇지만 난 또 유치한 걸 끔찍이도 좋아하고 즐거워하잖아요. 사랑해요. 아마 이 고백은 오래도록 계속될 테지요. 세상엔 나 말고도 사랑을 사랑이라 고백하지 못하는 사람들 투성이인 모양이에요. 다들 이렇게 사랑 관련 글귀 한편에 울고 웃고 하는 것을 보면 말이에요.
어둑해진 방 안에서 함께 보았던 야경이 좀 더 선명했더라면 좋았으려나, 갸우뚱해요. 당신이 목에 둘러주었던 목도리를 평생이고 간직하고 싶었더라고 한들 다 지난날이겠거니 하려나요. 새하얀 입김이 흩어지고 온몸이 추위에 오들오들 떨려도 걸음을 멈추지 못했던 까닭은, 이 밤이 지나게 될 시 우리의 마지막임을 예감한 탓일 테지요.
진짜 낭만적인 걸 함께 하지 않으려던 다짐은 전부 수포로 돌아갔고 되돌아보니 낭만이 아녔던 날이 없네요. 조각조각 부서진 장면들을 여전히 품에 안고 살아요. 어쩌면 영원히일 수도 있겠어요.
때로는 이러한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신과 단둘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 살고 싶다고. 아무런 상황도 어떠한 고민도 잇따르지 않을 곳으로 가 둘이서 새로 시작하고 싶다고. 이것저것 머리 아프게 따지고 들고 싶지도 않다고. 그런 상념에 잠길 적이면 기분이 퍽 가라앉아 곧이곧대로 낯빛에 티를 내곤 했을 테지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하네요. 몽땅 집착이었을까, 의심해 보게 되는 저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