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하게 보고 싶을 거야, 이 말보다는 좀 더 그럴싸한 작별 인사를 건넸어야 했던 걸까. 여전히 당신이 꿈에 나와 괴롭힌다. 그런 당신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치 현실 앞으로 나와 서로가 눈을 마주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어 기분이 이상해진다. 젠가처럼 아슬하고 곧 무너질 것인 양 잘못된 나무 블록을 툭하고 건드린 셈이다.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물을 마시고 화장실로 가 세수를 한다. 양치를 한다. 머리를 감고 몸을 씻는다. 이미 오래전 얘기이다. 당신과 안녕한 것은 한참 지난 에피소드에 불과해진지 꽤 되었다. 책 한 권으로 치자면 책장에서 가장 오래 자리를 지킨 것으로 1위를 할 정도쯤 될 것이다. 한데 왜 이토록 선명할까.
난 이제 스물의 끝자락에 왔다. 내년이면 벌써 서른을 맞이한다. 근데도 몸만 자라난 나는 여태 신발 끈 하나 제대로 묶지 못해 자꾸만 걸려 넘어질 뻔한다. 거듭 풀리는 끈을 신경질 내며 다시 묶기 위해 쪼그려앉으면 당신이 저만치서 피식피식 웃으며 걸어올듯하다. 내가 잡은 손 위로 당신의 손을 포개어 예쁜 리본 모양을 만들어줄듯하다.
어디선가 그랬던가. 신발 끈이 계속 풀리는 이유는, 누군가가 너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아마 친구 J에게서 들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웃기지 말라고 했다. 그렇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이리 길게 슬프진 않았을 거라고. 퉁명스레 대꾸했던 기억이 있다.
당신은 나보다 나이를 더 먹었다. 가끔은 당신이 준 다정이 선연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그땐 왜 사사건건 시비를 걸게 되었는가는 알 수 없다만.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었다. 어쩌면 서툰 사랑이었단 말이 어울리는 관계였을 수도 있겠다.
날이 추워지면 코끝이 빨갛게 물드는 나의 코를 잡고서 이리저리 흔들던. 루돌프가 따로 없다며 함박웃음 짓던 순간을.
새해엔 무슨 소원을 빌었을까. 그 소원에 내가 포함되어 있었을까. 물론 몽땅 다 부질없는 바람이지만 말이다. 무지하게 보고 싶을 거야, 난 현재에서도 그 말을 곧이곧대로 행하고 있다. 무지하게 보고 싶다. 되게 많이 보고 싶어 하는 중이다. 좀처럼 잊게 될 기미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