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사랑으로 마주쳤을까요

by 주또

내게도 당신을 사랑 아닌 눈으로 바라보게 되는 날이 올까요? 당신을 보아도 더는 가슴 떨리지 않고 무진장 즐거워졌다가 무진장 슬퍼지기를 반복하지 않는 날이 올까요? 당신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때가 오기는 할지. 당신한테 고백하지 않아도 아쉽지 않은 시기가 오긴 하는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문득 또 한 번 어처구니없는 타이밍으로 서글퍼지는 겨울의 어느 날 느지막한 오후입니다.


만약 나는 당신과 영영 멀어지는 날이 올 경우 당신과 나눈 모든 것들을 덩달아 멀리해야 할 테지요. 버터쿠키를 먹는 일도,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는 일도. 작은 손에 장갑을 끼우는 일도. 목도리를 두르는 일도. 함께 듣던 음악과 좋아하던 캐릭터, 같이 먹던 음식, 카페, 여러모로 서러워질 테지요.


하필이면 왜 이런 나를 사랑했나요. 내가 아니었을 시 당신은 배로 더 행복하지 않았을까요? 나는 속절없이 당신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하면 된다만요. 당신은 다른 이를 사랑했더라면 훨씬 더 온전했을 텐데. 괜히 내가 당신의 슬픔에 한 겹 더 얹은 것은 아닌가, 미안해져요.


하지만 그럼에도 염치없이 덧붙이자면요. 계절과 시간은 유한하다고 하나, 이대로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무한할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래서 더 미안합니다.


모쪼록 무해하고 무탈하세요. 바라는 것은 이게 전부예요.

부디 내 사랑이 당신께 해가 되지 않기를.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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