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때문에 이별하는 건 드라마 속에서나 나오는 얘기인 줄 알았지요. 한데 우리가 그러한 사유로 인해 남이 되어야 한다니요. 애초에 우정이었으면 좋았을 뻔했어요. 이런 이유를 들먹이며 헤어지지 않아도 되었을 것 아녜요. 훗날엔 당신의 안부를 알음알음으로 알아가야겠네요. 당신이 잘 지내고 있단 소식만 들을 수 있기를 바라요. 나 같은 사람은 잊은 채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고 전해 들을 경우 그제야 겨우 한시름 놓을 것 같아요.
당신은 어른이 된 나의 놀이터가 되어주었고요. 고단한 삶의 방학 같은 존재였지요. 매일을 쫓기는 내게 안식처가 따로 없었어요. 당신을 만나는 동안에는 정말이지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웠습니다. 아마 내가 다른 누구를 사랑하게 된다 하여도 절대 당신만큼은 아닐 거라 자부해요. 게다가 당신을 보듯이 웃을 수도 없을 거고요. 도로 스스로를 애정하지 않은 상태로 모든 것들로부터 본인의 속내를 감출 거예요. 철저히 혼자가 됩니다. 마음의 문을 깡그리 걸어 잠가요.
당신을 진짜 오래오래 보고 싶었는데요. 우리에게 허락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네요. 평생이 시시해져요. 원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사랑했던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해요. 나는 그 말에 토를 달고픈 심정이 굴뚝같으나 침묵을 선택하고 말아요. 지겨워요. 무엇을 해도 따분할뿐더러 맛있는 걸 먹어도 미각을 상실한 것 마냥 밍밍하네요.
갑작스레 본인을 포함해 모두를 믿지 말란 친구의 메시지에 울컥했지요. 안 그래도 무언가를 의심하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내가, 너마저도 믿지 않으면 삶이 너무 외롭지 않냐는 답장을 전송했어요. 그냥 그렇다고요. 당신한테 재잘거리고팠습니다.
시리얼로 아침을 대충 때웠고 또다시 감기에 걸려 이 주 만에 병원을 재방문하게 되었다는 둥, 새로운 미용실에 갔는데 머리가 영 별로라는 둥, 시답잖은 순간들을 공유하지 못해 목이 메어요.
나는 오늘 애꿎은 수건걸이를 두어 번 내려쳤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이 풀리지 않아 벽에 이마를 박았지요.
따지고 보면 당신 한 사람이 내 생에서 단절되었을 뿐인데, 단지 그것만으로도 한순간에 희극에서 비극이 될 수가 있나요. 그간 수차례 여러 시련들을 헤쳐왔으나, 이건 배로 더해요. 어찌할 수 없음으로 말이에요. 가능한 마음을 도려내고 싶습니다.
아님 우리 결혼 말고 평생을 붙어살까요.
정답을 모르겠어요.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sarmumegg?si=nbmq2GEyLczZnT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