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선물에도 아이처럼 기뻐하던 당신을 떠올려요. 이런 건 생전 처음 받아본다고, 쇼핑백을 앞뒤로 흔들며 신나하던 모습이요. 당신은 참 귀엽지 않은 구석이 없었어요. 평소 행동과 말마디들을 보면 내 생에 결코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을 인물임이 명확했지요. 그래서 더 놓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요. 나를 웃게 하던 당신을 애정했습니다. 자처해서 우스꽝스러워지는 당신이 무한히 사랑스럽기 짝이 없었어요. 자칫 나이에 어울리지 않을 법한 천진함과 순박한 면모. 나를 덩달아 어려지게 만들었지요.
세상 모든 걱정, 근심을 잠시 잊은 채 오롯이 즐거워도 된다며 다독이는듯했어요. 당신은 나의 부모 같기도 했고요. 형제 같기도 했으며 때로는 친구, 연인 그 이상이었어요. 이루 말할 수 없는 관계성을 띠고 있었지요. 돈독했어요. 내가 이토록 누군가를 삽시간에 신뢰하게 된 건 최초였거든요. 유리창인 양 투명한 마음에 속절없이 기울었습니다. 지난 상처로부터 벗어났고요. 당신은 영원히 나를 살게 할 것만 같은 사람이었지요. 한데 단숨에 이런 식으로 일상을 공유할 수 없을 만큼 멀어져 버렸으니, 나는 당최 괜찮을 수가 없는 노릇 아니겠어요.
만사가 별로예요. 분명 당신이 있을 적엔 머리카락을 흔드는 바람마저 상냥하게 와닿았다만, 지금은 한없이 추워 몸을 웅크리게 돼요.
다음 주면 벚꽃이 만개할 거예요. 더 이상은 그 광경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없을 테지요. 당신을 평생 나의 약점으로 두고 싶었는데요.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흉볼 시엔 나는 불같이 화를 냈고요. 당신이 슬피 우는 날에는 속내가 온통 물먹은 스펀지 마냥 축 늘어졌습니다. 더불어, 당신이라는 한 인간을 이유로 둘 경우 무수한 것들이 가능해졌어요.
이번에도 본인에 관한 글을 쓸 것 아니냐는 당신의 물음에 고갯짓으로 대답했어요. 당신을 좋아하는 내가 몹시 좋았고요. 이젠 당신을 좋아할 수 없는 스스로에게 환멸이 나요. 괜히 여기저기 시비를 걸고 다녀요.
오늘 제법 나쁘지 않은 제안이 왔으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 거절하고 말았답니다. 당신도 없는 마당에 열심히 살아서 뭐 하겠어요. 차라리 엉망이 될래요.
*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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