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우리를 간직하던 방식이 나를 울게 만들어요

by 주또

끝내 지키지 못한 약속들만 가슴 한구석에 묵직이 자리 잡아요. 우리는 함께 해외여행을 가기로 했었고요. 같이 다녀온 강릉을 재방문하기로 했었지요. 유치하게 손가락까지 걸어가며 어디를 갈 것인지 재잘거렸답니다. 한데 이제는 그럴 수 없게 되었네요. 그렇게 매일을 만나고 부지런히 쏘아 다녔으나, 아직 해보지 못한 것과 가보지 못한 곳이 많아요. 저장해둔 장소들도 수두룩한걸요. 하루하루가 기대와 설렘의 연속이었어요. 당신과 함께 갈 곳을 알아보고 그곳에 있는 우리를 미리 상상하며 설레발치느라 다음날이 무척이나 기다려졌어요.


비록 지금은 눈물에 젖은 눈꺼풀로 아침을 맞이하는 짓이 몹시 괴로워졌지만, 적어도 당시에는 행복했어요. 당신은 생일날 케이크 위에 꽂아준 초를 내내 간직하고 있었지요. 서랍을 열 때마다 보이길래, 이만 버려야 하지 않겠냐며 잔소리를 늘여놨는데요. 실은 당신이 나와의 모든 걸 허투루 하지 않는 모습이 내심 만족스러웠습니다. 잔뜩 구깃 해진 입장권 종이마저 추억이라며 주머니에 소중히 넣어갔잖아요. 앨범에 우리를 정성껏 끼워놓고요. 그런 당신을 내가 어찌 잊을 수가 있나요. 도무지 울지 않을 방법이 없어요.


이런 걸 생각하면 속수무책으로 눈물이 쏟아져내립니다. 손바닥으로 암만 막아본다 한들 역부족이에요. 흐느낌만 더욱더 거세게 울려 퍼질 뿐이에요. 나는 해가 뜨지 않기를 소원해요. 지옥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현실이 되었거든요. 당신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굉장히 크네요. 부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버거워요. 한바탕 울음을 터뜨리다가, 가까스로 잠이 들 경우에는 꿈에서마저 엉엉 목놓아 울더라고요. 나는 우리가 안쓰럽습니다. 다들 이런 걸까요?


집으로 걸어가던 중, 핸드폰을 만지작거려요. 왜, 우리 집 쪽 어둑하고 으스스한 길목 있잖아요. 이 길에 다다를 때면, 꼭 당신이랑 통화를 하며 이동했던 탓에 그다지 무섭지 않았거든요. 당신의 음성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마치 곁에 있는 것 같고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졌어요. 다만, 이젠 당신과 전화를 할 수가 없지요. 나는 몸을 최대한 웅크린 채 바삐 그곳을 지나칩니다. 행여나 불행을 맞이하지 않을까, 벌벌 떨면서요.


앞으로는 어떻게 살게 될까요? 예기치 못한 이별이라고 하기엔 우린 너무도 잘 인지하고 있던 걸까요. 헤어짐이 다가오는걸, 짐작하고 있었을까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 속에서, 과연 이게 최선인지는 모르겠어요. 고작 삼십분 단위로 마음이 엎치락뒤치락합니다.


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꽉 안아볼 걸 그랬지요. 당신의 진한 향수에 고개를 묻던 내가 그립고요. 장난기 가득한 눈망울로 한없이 다정을 퍼붓던 서로가 서글퍼요. 나는요. 미워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헷갈려요. 바꿀 수 없는 현실이려나, 혹은 그 무엇도 바꾸지 못한 우리이려나, 당최 원망할 거리가 없어 마냥 목이 메어버립니다. 왔던 길을 두고 가지 못해 서성이기만 해요. 수차례 고꾸라져요.


우리를 허락하지 않은 전부로부터 등을 돌려요.

사랑이 왜 이리 슬픈가요.



*함께 듣는 플레이리스트 :)

https://youtube.com/@sarmumegg?si=aMO7Lcgh4VauPNE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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