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올해도 10월 말에 3일 정도 여유가 생겨서 홍콩으로 여행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급작스레 잡히게 된 여행이라 이번 여행 메이트는 엄마.
음, 10월 말이면 홍콩 날씨도 괜찮을 테고, Wine & Dine Festival 기간이라 하루 정도는 갈 수 있겠군. 요새 흑백요리사가 유행이니까 홍콩 모수를 가볼까? 예약이 이미 다 찼네... 1일 1딤섬 할 거니까 식당은 어디 갈지 미리 검색을 해볼까~ 이런저런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아빠의 한마디.
"엄마랑만 여행 가냐~ 나도 딸이랑 여행 가고 싶어!"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아빠는 매우 가정적이신 분이었다.
아빠가 회사를 다니시던 그때 그 시절은 주 6일 근무가 당연시되던 시대였는데도 불구하고 주말에 잠깐이라도 시간이 나면 항상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시곤 하였다. 회사 업무 때문에 한 달 이상의 긴 해외 출장도 자주 있으셨지만 출장에서 돌아오실 때는 항상 나와 동생 선물을 사 오셨고 해외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들을 해주시곤 하였다. 가끔은 서프라이즈로 아빠의 출장 귀국일에 맞춰서 공항에 마중을 나가기도 했었는데 환한 웃음으로 나와 동생, 엄마를 보고 달려오시던 모습도 생각이 나곤 한다.
하지만 점차 나와 동생이 사춘기를 겪고 대학생, 직장인이 되면서 각자의 일상에 치여 네 가족 모두가 함께하는 시간이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다. 주중에는 회사 업무에 이리저리 치이고, 주말에는 가족보다는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래도 1년에 한 번씩은 서로 시간을 맞춰 가족여행을 다녀오며 함께하는 시간을 가지곤 했다. 역대급 더위라는 올여름에도 아빠의 주도 하에 짧은 국내 여행을 다녀왔으니까.
너무 더웠지만 함께 해서 좋았던 여름의 추억 한장
엄마랑 가끔씩 3일 정도 여행을 다녀올 때도 잘 다녀와, 선물 사 오고~ 만 하셨던 아빠였는데, 요번에는 갑자기 "나도 딸이랑 여행 가고 싶어!"라는 한마디에 띠요옹.
음 10월은 엄마랑 여행 가기로 했으니까 (아빠한테 10월 여행 같이 갈까? 했지만 10월은 시간이 안되신다고) 11월에는 아빠랑 여행 가지 뭐.
아빠 시간 언제 되세요?
아빠의 일정에 맞춰 1분 만에 정해진 여행 날짜.
어차피 올해 연차도 남았겠다, 바로 다음날 출근 하자마자 11월 연차 상신.
생각해 보니 아빠랑 단둘이 여행을 가는 건 처음이었다. 가끔씩 퇴근 후 집 근처 식당에서 아빠랑 둘이서만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기울이던 시간은 많았지만, 여행은 정말 literally 처음이었다. 이런저런 소소한 걸로 아빠랑 다투던 시간들이 갑자기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조금 걱정이 되기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