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11월 일정에 맞춰서 정해진 여행 날짜는 "저도 이때 가능해요."라는 나의 대답과 동시에 아빠의 캘린더에 <가족여행>이라는 일정으로 저장이 되었다.
여행 날짜를 정했으니 여행 지역도 정해야겠지. 국내를 갈까, 해외를 갈까. 국내를 가면 어디를 갈까. 고민을 하고 있는데 들려오는 아빠의 한마디. 제주도 가자. 역시 결정이 빠른 아빠.
그렇게 여행지는 국내 여행의 대표 주자인 제주도로 (역시나 또) 1분 만에 결정이 되었다.
여행 날짜도 정해지고 여행 장소도 정해졌겠다, 이제 남은 건 제주도 가서 뭐 하지? 부모님과 함께하는 제주도 코스를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또 들려온 아빠의 한마디.
목요일은 출발, 토요일은 도착, 그러니 금요일에 한라산을 가자.
엇, 한라산이라고? 지금까지 등산이라고는 동네 뒷산이 전부였던 나에게 한라산은 아주 큰 도전인데 말이지.
그래, 내가 언제 한라산을 올라가 보겠어. 그것도 아빠랑 같이. 좋아요, 한라산을 갑시다.
그런데 문득 또다시 드는 생각.
진짜 아빠랑 나, 둘이서만 가는 거야?
누군가 나에게 아빠랑 사이 어때?라고 물어보면 자신 있게 아빠랑 친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아빠와 둘이서 여행을 간다는 건 또 다른 도전이었다. 여행을 가서 그 사람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된다는 말처럼, 그동안 아빠와 함께 했던 여행들 속에서 새롭게 알게 되었던 아빠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면서 과연 우리가 싸우지 않고 3일을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몇 년 전 가족 여행으로 대만을 갔을 때 여행 첫날부터 아빠랑 엄청 크게 싸웠던 기억이 있어서 그 이후로 아빠도 나도 여행에서는 서로 조금 조심스러웠단 말이지.
그러면 다른 사람도 함께 가면? 그래. 동생을 슬쩍 꼬셔보자. 둘 보다 셋이 가면 더 좋지 않겠어?
동생아, 11월에 시간 괜찮니? 혹시 연차 남았으면 같이 여행 갈래? 아빠랑 같이 제주도 가기로 했어. 날짜는 목, 금, 토 3일. 어때? 토요일에 일정이 있어서 어려울 것 같아.라는 동생의 한마디.
하지만 여기서 물러서는 내가 아니지. 동생아, 그러면 목, 금 2일만 함께 할래?
OK 그건 가능. 금요일 오후에 다시 서울에 올라온다는 전제하에 동생도 함께 여행에 합류하게 되었다.
동생도 함께 한다고 하니 엄마에게도 슬쩍 물어보았다. 기왕이면 네 가족 다 같이 여행 가는 게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