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퍼스트맨' 감상문
이 영화가 왜 보고 싶었을까? 단순히 '닐 암스트롱' 혹은 '우주'에 관련된 영화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는 데이미언 셔젤의 세 번째 이야기가 궁금했다.
그는 앞선 2번의 영화에서 꿈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음악에 빗대어 풀어낸 적이 있다. 지독할 정도로 꿈에 열정을 쏟아내거나 꿈과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젊은(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뜻은 아니다) 사람들의 청춘 이야기였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우주'를 메타포로 활용했다. 가상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 그것도 모든 사람이 알만한 유명인의 일대기를 풀어내었다. 음악이 아닌 다른 메타포를 셔젤이 활용했다는 점이 나를 망설임 없이 그의 우주속으로 뛰어들도록 만들었다.
데이미언 셔젤은 어김없이 '꿈과 사랑'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인간이 가보지 못했기에 '꿈'으로 바라만 봐야하는 '달'을 가기 위한 모험을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람들 곁에서 묵묵히 바라만 봐야 하는 가족들. '퍼스트맨'은 우주라는 메타포를 사용했음에도 SF가 아닌 드라마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퍼스트맨은 우주 영화이면서 동시에 역사 영화이다. 우주가 가지는 미래적인 분위기에 역사적 사실을 버무린 영화이다. 이러한 역설적인 요소가 이 영화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퍼스트맨'에서 데이미언 셔젤은 꿈과 사랑 사이에서 중립적인 위치를 지켜내었다. 꿈을 질투하여 사랑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내던져 연소해버렸던 위플래쉬의 주인공. 서로에 대한 사랑과 꿈을 존중하기 위해 발악했던 라라랜드의 주인공들. 이들과는 다르게 퍼스트맨은 주인공인 '닐'의 감정을 중점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닐'은 달에 가고자 하는 열망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꿈을 좇음과 동시에 잃어버릴지 모를 소중한 것들에 대해 두려워했다. 뚫어져라 달을 노려보며 꿈에 대한 갈망을 표출하면서도, 딸에 대한 기억으로 소중한 것을 잃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내비친다. 그것은 연인이 아닌 가족의 사랑이었기에 가능한 이야기였으며, 셔젤은 꿈과 사랑에 대한 자신의 또다른 해석을 닐을 통해 완성하게 된다.
데이미언 셔젤은 '기승전결'의 플롯 중 '결'의 이야기를 잘 다룬다. 위플래시에서의 전율의 10분, 라라랜드의 극적인 마지막 연주 등 두 작품에서 그는 끝을 향해 치닫는 스토리 텔링 방식을 통해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퍼스트맨'에서의 마지막 10분은 사실 앞선 작품들보다 임팩트는 떨어질지 모른다.
'퍼스트맨'의 마지막 10분은 남녀 노소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이다. 달에 도착하여 한 발자욱을 내딛는 암스트롱. 그리고 누구나 알고있는 명언을 말하는 순간 비춰지는 달에 꽂힌 미국 국기와 선명한 첫 번째 발자욱. 영화를 통해 훔쳐본 닐의 일대기를 통해 달에 내딛는 첫 걸음이 조금은 다른 느낌으로 와닿았다.
신세계 개척에 대한 떨림보다는 안도감에 가까웠다.
영화는 마지막 장면을 닐과 자넷의 만남으로 맺었다.
평소 입던 색상과는 확연히 다른 붉은 스커트와 흰색 셔츠를 입은 자넷.
그 둘 사이를 가로막은 유리 벽면과 초조한 듯 서성이는 닐 암스트롱.
자넷과 닐은 서로 마주보고 앉는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얼굴과 긴 침묵의 순간, 닐은 손 키스를 자넷에게 보내고 자넷의 눈시울은 붉어진다.
그리고 서로 유리 벽면에 손을 맞대는 모습으로 막을 내리는 영화.
기자들의 무수한 질문 중 '염원이 이루어졌다'라는 대답만 하는 자넷은, 인류의 크나큰 발자욱보다 무사히 돌아온 남편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혀 다른 세상에 발자욱을 남긴 닐과 자넷 사이에는 차원이 다른 듯한 유리벽이 놓여 있다. 상상도 못 할 경험을 한 그와 변함없는 그녀를 가로막는 벽을 두 사람은 마주잡는다.
이 장면은 어쩌면 자넷을 우주선(흰 셔츠와 붉은 스커트가 영락없는 우주선이다)으로 표현하고,
서성이는 닐을 지구 주위를 떠도는 달의 모습에 투영한 것은 아닐까.
달을 마주하는 인간의 모습을 둘을 통해 보여주어
꿈의 실현과 사랑의 모습을 동일화시킨 것은 아닐까.
'퍼스트맨'은 여느 우주 영화처럼 상상력의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었다.
미지의 세계가 아닌, 이제는 너무 흔한 달의 모습. (물론 우주선 문이 열리고, 순식간에 내달려 보이는 달의 지평선 모습은 가히 압권이었다. 아이맥스로 본 사람들은 공감할 것.)
으레 우주 영화에서 기대하는 신선한 모습은 없었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이 영화는 SF 영화가 아닌 한 편의 드라마였다.
누구나 알고 있는 한 사람의 일대기를 2시간이 넘는 시간에 걸쳐 끌고 왔다는 것에,
더하여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꿈과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어김없이 보여주었다는 것에 찬사를 보낸다.
오늘 내딛는 발자욱이 꿈을 위한 발자욱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