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바그다드 카페' 감상문
아무렇지 않게 그것만으로도 좋은 영화가 있다.
나는 영화속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려고 기를 쓰는 편인데,
바그다드 카페를 보면서 모든 영화를 분석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걸 깨닳았다. 아, 그대로도 좋구나.
바그다드 카페는 조화의 영화이다. 흑인, 백인, 아이, 어른, 남자, 여자 등 다양한 요소가 조화를 이룬다.
그게 뭐? 라고 생각할 만큼 , 이 영화가 개봉했던 시기가 1987년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다르게 와닿을 것이다. 영화는 인종의 조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다양한 촬영 기법과 음악의 조화는 이 영화를 보다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두 여주인공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듯, 삐뚫어진 각도로 촬영되던 각도에서 점차 평면으로 바뀌는 촬영 방식은 은연중에 시청자의 마음도 바꿔준다.
특히, 이 영화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Calling You' OST는 서로 다른 사람들을 이어주는 강력한 매체이다. 몇년이 지나 보는 나를 그 시대로 연결해주는 것 처럼, 음악과 영화는 대단한 장치이다.
바그다드 카페의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신비롭다. 남편과 대판 싸운 뚱뚱한 여자, 시종일관 화를 내고 남편을 내쫓아버린 마른 여자, 그런 부인에게 지쳐 떠났으면서도 계속해서 부인을 살펴보는 남자. 여기에 피아노를 좋아하는 남자와 장발의 바리스타(?), 남자들과 거리낌 없는 딸, 서부극에서 뛰쳐나온 듯한 화가와 하루종일 부메랑을 날리는 건장한 청년. 너무 화목해져서 카페를 떠난다는 여성 타투이스트 까지. 바그다드 카페는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하나의 하모니이다. 매일 반복되는 그러면서도 조금씩 달라지는 감정선들을 통해 하나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결국 영화를 바라보는 해석의 눈을 걷어내고 '현실에 저런 곳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영화는 색감을 참 잘 그려낸 영화이다. 삐뚠 화면 속 일부분에 적용된 노란색상, 세상 힙한 노란색 카페 창문, 놀랄만치 새빨간 석양위로 유유히 흘러가는 부메랑, 파란 색상의 방 벽색 등 영화는 다양한 색상을 살려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화려한 색상 속의 평범한 이야기들은 오히려 특별하게 와닿는다.
특히 브랜다와 야스민이 처음 만나는 장면과 재회를 하는 장면에서 묘한 색감의 차이를 통해, 단순한 영상미 뿐만 아니라 감정까지 드러냄을 엿볼 수 있었다. (혹은, 둘의 달라진 감정 때문에 필자가 색감이 달라졌다고 착각했을 수도 있다.)
최근 영화는 오락을 넘어 하나의 예술로 추앙받는다. 숨겨진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려 하거나,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혹은 스토리나 별다른 장치 없이, 인간의 말초 본능만 자극하는 지나친 오락거리로 전락하기도 한다.
바그다드 카페는 그 속에서 그 자체만으로 안정감을 주는 영화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