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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쥬드 Nov 13. 2022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았을까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에스컬레이터가 멈췄다. 그 앞을 막아선 입간판을 보고 알았다. 그런데 입간판이 어째 심상치 않다. 빼곡한 글자 위에 또 빼곡한 글자의 종이가 붙어있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춘 것에 어떤 절절한 사연이라도 있는 것일까?


다가가 보니 그저 이용안내 입간판 위에 수리 안내문을 붙여둔 것이었다. 슬쩍 돌아서려는데 수리 예정일이 눈에 들어왔다. 2020년 12월. 한 달 반 동안 참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할 것 같다. 다리와 시각 모두.


브랜드가 커뮤니케이션을 하다 보면 종종 이런 일이 생긴다. 고객이 듣고 싶은 중요한 이야기만 뽑으라는데 내 눈에는 다 중요한 정보다. 고객이 이것도 궁금하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이 계속해서 샘솟는다. 정작 받는 사람은 궁금하지도 않은데 말이다.


다시 돌아가 나였다면 에스컬레이터 고장 공지를 어떻게 했을까? 음... 양해를 구하기보다 핵심 정보를 가장 먼저 드러내고, 간결하게 현재 상황을 얘기해보려 할거 같다. 아마도 아래와 같지 않을까.


12월까지 잠깐 멈춥니다.
튼튼해져 돌아올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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