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의 3가지 핵심역량
솔직히 이 글은 쓰기 전에 참 많이 고민했습니다.
1년밖에 되지 않은 뉴비가 무슨 이해도가 있다고 '정의'라는 것을 할지 망설여졌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분명 모두 뉴비 시기를 거쳤고, 맨땅에 헤딩했던 시절이 존재했습니다.
미래의 제 자신에게도 이 글은 좋은 회고 자료가 되어줄 듯했고, 무엇보다 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허락받을 필요는 없잖아요? (하하)
그러니 눈치 보지 않고 P.O에 대한 제 주관적인 생각을 시원~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 또한 정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스타트업 조직에서는 너무도 익숙한 직무로 꼽히는 P.O는 Product Owner의 약자로 직역하자면 '상품의 주인(책임자)'입니다.
기업마다 정의하는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각 상품의 A to Z를 책임지는 담당자입니다.
상품의 방향을 설정하고 동료들과 협업해서 우상향 하는 그래프를 만들어내야 하는 아주 흥미롭지만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자리랄까요? (괜히 미니 CEO라고 불리는 게 아닙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지원하고자 하는 Job Description에 자세히 나와있을 테니 이 글에서는 요정도만 ㅎㅎ
(실제로 기업마다 P.O에게 요구하는 역할이 조금씩 다릅니다)
요즘 유행하는 화법인 두괄식 구조답게,
제가 생각하는 PO의 핵심 역량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첫째, 오너쉽(Ownership)
둘째, 내부 커뮤니케이션
셋째, 자기 객관화(자기 의심)
업무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명확한 역할 구분이 되어 있지 않은 회색지대가 생깁니다.
처음에는 십시일반 하여 함께하지만, 명확한 책임자가 없기에 결국에는 서로 미루고 잊히는 업무가 됩니다.
이때 PO는 이 회색지대의 업무(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역할을 부여해서 잊히지 않게 만들고 모두가 귀찮아하거나 기피하는 것을 양지로 끌어올려(공론화) 체계화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두가 하기 싫어하거나 귀찮아하는 업무를 하는 것이기에, 내 상품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반드시 필요하며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가 바로 오너쉽입니다.
오너쉽은 타고나거나 저절로 생기지 않습니다.
누군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스스로 해야 하는 만큼 역할과 권한이 함께 있을 때 형성되기 시작하며, 본인의 성장 방향과 얼라인 될 때 비로소 만개한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의지만으로 할 수 없기에 이를 키워줄 수 있는 기업문화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저는 제 업무가 조직의 성장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확인했으며, 하고자 하는 바를 동료들이 지지하고 도움을 주었으며, 그 과정에서 재미가 붙었고 제와 제 상품이 함께 성장함을 경험하니 자연스럽게 오너쉽이 형성될 수 있었습니다.
PO는 어떤 직무보다 폭넓은 영향력을 미치지만, 동시에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참 양면적인 직책입니다. 운영, 디자인, 마케팅, 개발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어제 입사한 인턴에게도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들과 함께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내부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여러분 주변 사람을 봐도 아시겠지만 사람의 성격, 업무 스타일, 우선순위 등 모든 것이 다르기에 그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방법을 요합니다.
명확한 테스크를 요구하는 타입,
내 시간이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요구하는 타입,
재미(?)가 있거나 흥미로운 결과나 도전을 추구하는 타입 등
사람마다, 상황마다 다 다른 방법으로 커뮤니케이션합니다.
그 과정에서 공통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신뢰’와 ‘확신’입니다.
영어 표현 중에 Earn My Stripes란 속담이 있습니다. (갑분영)
과거 군대에서 인정을 받아 (작대기를 하나 더 받아) 진급하는 모습을 표현한 건데 군대는 아니지만 저 또한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상하 관계가 뚜렷하지 않고, 각자의 우선순위가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요청을 하는 만큼 동료의 인정을 받아 신뢰와 확신이 뒷받침되어야 진정으로 함께해줍니다.
Why?
우선순위를 미루고 내 요청을 수행하면 기회비용이 발생하고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하기 싫은 것이 당연합니다.
그렇기에 만일 동료의 인정을 못 받는다면?
협업하는 매 순간순간이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인정을 받냐?
가장 직관적인 방법은 그냥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좋은 결과는 매출일 수도 있고, 방문자 숫자일 수도 있고, 재방문율일 수도 있겠지만 조직이 목표로 하는 것에 가장 빠르게 큰 숫자를 만들어 주면 없던 신뢰가 절로 생깁니다.
하지만 일이란 게 제 뜻처럼 되지 않습니다.
열심히 했음에도 기대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때도 있고 오히려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 노력해야 하는 게 네가 한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외침입니다.
작은 성공과 성과를 꾸준히 모두에게 알리고 공유하며 당신이 투자한 시간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냈고 감사함을 표시하는 것이 동료의 성취감과 함께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됩니다.
혹자는 내부 동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것이 시간낭비라 하기도 합니다. 그 시간에 차라리 더 큰 성과를 만들기 위해 시간 들이는 게 낫지 않겠냐.
하지만 결국 조직은 사람으로 구성되어 있고 목표는 그들이 이루어냅니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만큼 존재 이유를 증명하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그 갈증을 채우는 것 또한 PO의 빼먹을 수 없는 역할입니다.
'상품의 미래는 딱 P.O가 보는 만큼만 보인다.'
처음 P.O 직무를 시작했을 때 제가 받은 조언입니다.
PO가 현재에 안주하거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면 해당 상품의 미래는 없습니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의심해야 하며,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회사 일이란 게 학창 시절 공부처럼 누가 문제를 정의해주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문제가 등장하는 만큼 매 순간순간이 압박이고, 제 현재 역량을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과연 이 포지션에 적합한 걸까?
잘하고 있는 걸까?
오히려 성장에 방해가 되는 것은 아닐까?
더 나은 PO가 되기 위해서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단언컨대 이 글에서 딱 하나 확신하는 것이 있다면, 위 질문에 대한 정답을 알고 있는 P.O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정도와 크기의 차이일 뿐 P.O라면 누구나 항상 가슴에 품고 있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가슴에 품고 있는 저 질문이 제가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가게 만듭니다.
비록 정답을 알고 있지는 않지만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갈 때 바로 잡아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동료들이 있기에 제 미래가 그리 무섭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가 아닌 그들에게서 제 방향을 찾고자 하거나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회피하는 순간이 제가 이 자리를 떠나야 하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직은 아니네요)
그렇기에 위의 의문을 항상 가슴에 품되 좌절하지 않고 이를 자양분 삼아 한 걸음씩 매일 전진할 것입니다.
긴 글로 나름의 정리를 하긴 했지만 이 직무는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나중에 어디 가서 무슨 일을 했냐 물으면 뭐라 설명해야 할지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뭔가 이것저것 많이 하기는 했는데, 명확히 손에 잡히는 것은 없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제가 보냈던 그 시간이 헛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 몰입, 자극, 성취감은 공부하며 얻었던 것과는 결을 달리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20대는 축적의 시기입니다.
출근하고 일을 하다 보면 정량화할 수 있는 성취는 아니지만 분명히 무언가 축적되고 있음을 느낍니다.
이를 어떻게 발산시키고 표현하는지는 꼭 지금이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저는 묵묵히 제 갈길을 나아갈 것이며 이 글은 그 과정을 돌아보고 앞으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기 위한 저만의 정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