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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남 Jul 17. 2022

시작은 시작일 뿐, 절반이 아닙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착각


'Well Begun Is Half Done'


한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서구 문화권에서도 시작의 중요성은 매우 높은 것 같습니다.


절반(Half)의 임팩트가 컸기 때문일까요, 저는 시작에 많은 의미 부여를 하는 편이었습니다. 

'시작'만 해낸다면 나머지 50%는 어떻게든 채워질 것이라는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였달까요.


원래부터 추진력이 좋았기에, 대학시절 다양한 '시작'을 경험했습니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도, 자격 요건이 되거나 재밌어 보이는 공모전, 체험 프로그램, 동아리, 인턴 등은 다 찍먹 해본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학 활동 참석하면 쌓이는 포인트가 평균 대비 2배가 넘었습니다 ㅎㅎ...)


대학 시절에는 성취보다는 경험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에 결과에 연연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대학시절 프로그램의 특성상 최대 한 학기(3개월)라는 짧은 호흡을 두고 운영되었기에 부담도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내 강점이 되다! : 추진력


이러한 추진력 덕분에 취업에 성공할 수 있었고, 첫 직무였던 제휴에서도 큰 강점이 되어주었습니다. 

당시 회사에는 유능한 파트너 운영/경영지원 팀이 있었기에 제휴에 몰입할 수 있는 구성원이 필요했고, 제 추진력이 바로 그 열쇠 역할을 했습니다. 


제휴에 있어서만큼은 독보적인 성과를 올렸으며, 이러한 성공 경험이 더해지자 저조차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빠른 시작이 최고이며 곧 정답인 줄 알았습니다.



내 강점이 되다? : 추진력


하지만 P.O 직무를 경험하며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P.O는 제휴 직무에 비해 보다 포괄적이며 입체적인 시각으로 상품을 바라보아야 했습니다. 

상품은 그 자체로서 생명력을 갖고 있고,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상황 탓에 대응해야 할 요소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시작보다 시작 이후가 더 큰 문제였습니다.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시작'은 타 액션에 비해 즉각적이며, 가시적이고 효과 또한 드라마틱합니다. 

이러한 특징 덕분에 처음에는 무언가 잘하고 유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준비 없이 진행된 '시작'은 변수를 맞닥뜨렸을 때 금세 밑천이 드러납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는 나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론칭을 위해 들어간 동료들의 리소스와 사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이 반복되면 더 이상 동료들은 제 '시작'을 지지하지 않겠죠?



누가 시작이 반이래?!


시작은 반이 아닌 본게임의 서막입니다.


시작 이전의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상품의 목적, 방향, 운영 기준 등 특정 조건을 가정하고 그 안에서 최상의 상태를 만들어서 선보일 수 있습니다. 소위 말해 계산이 섭니다.


하지만 시장에 풀리는 순간 다양한 변수가 등장합니다.

테스트 때는 보이지도 않던 버그가 발견되거나,

시장의 반응이 놀랄 정도로 반응이 없던가,

예상치 못한 CS가 유입되는 등

예상치 못한 것들이 우리 상품을 덮칠 것입니다.


'시작' 그 자체에 너무 집착하기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품에 대한 애정책임감을 함께 키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상품에 대한 애정은 문제가 생겼을 때 두 다리를 땅에 딛고 뒤로 안 밀릴 수 있는 책임감을 키워줍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포기하지 않을 끈기가 되어주죠. 

(저는 이것을 오너쉽이라고 표현합니다.)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시작은 엄청 중요합니다

왜? 

시작하지 않으면 나머지를 채울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시작'을 종착점으로 착각해서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이에 대한 자기반성을 하기 위함입니다.  


시작은 새로운 도전의 시작점이지 결승점이 아니잖아요?



시작에서 그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상품을 고민하다


그런 면에서 저 또한 새로운 시작점에 서서 나아가고 있습니다. 

과거 엔진오일 상품을 맡았지만 최근에는 믿음 파트너 전반에 대한 정책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잡기 위한 TF를 구성해서 해당 팀의 PO로 활동하게 됐습니다. 


엔진오일 때의 교훈 덕분일까요? '시작'에 방점을 찍기보다 지속 가능한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통해 제 강점인 추진력을 잃을 생각은 없습니다.

돌다리를 건너기 전 강의 유량이나 돌의 무게를 분석하는 정도는 아니고, 빠르게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고 있다 정도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리소스와 시간이 많이 없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바탕으로 하는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비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상품에 대한 책임감과 포기하지 않을 끈기고 누구보다 높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니까 어떤 불확실성이 와도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붙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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