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값지지만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는 않은 그 시기의 배움
BEP(Break Even Point)
누군가에게는 너무 자연스럽거나 혹은 꿈과 같은 지표입니다.
제가 입사했던 시절(20년 11월) 스타트업은 불같은 시장 상황에 힘입어 투자금을 바탕으로 매출보다는 트래픽에 집중했던 시기였습니다. (엄청난 트래픽을 통해 결국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대표적인 예시로 '쿠팡'을 꼽을 수 있습니다.)
투자금이 넘쳐 흐르던 시기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투자 혹한기가 닥치자 탄탄대로를 달리는 것만 같은 기업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비교적 합리적인 지출을 했던 저희 회사조차 혹한기를 피할 수는 없었으며 거의 1년여간의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결국 BEP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 월급을 걱정해야 했을 정도로 심각했던 시기였습니다.)
그 시기 많은 분들이 회사를 떠났음에도 더 나은 내일을 꿈꾸며 함께 견뎠던 동료들이 덕분에 버틸 수 있었고, 너무 힘들었던 시기였음에도 분명 배운 것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신뢰하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신뢰라는 것은 내 노력과 함께 상대방의 노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시기를 겪었던 동료들은 조직이 힘들었음에도 본인의 미래를 걸고 남았던 사람입니다. 보통의 각오가 아니라고 할 수 있고 그 시기를 다시 경험하고 싶기 않기에 그들의 도전(시도)에는 괜한 의문이 덜 생깁니다.
(모든 행동에 이유가 있을 것 같고 실제로 업무에 군더더기가 덜합니다.)
조직과 잘 얼라인된 내 등 뒤를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행운이며 행복입니다.
힘들었던 시기에 정비소를 모셔올 때 발생하는 40~50만 원가량의 비용의 부담돼서 입점 속도를 낮추고,
마케팅은 돈이 없어 광고 대신 직접 매장을 방문하여 자체 콘텐츠를 제작하는 등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마인드로 일을 했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하루 수십 개의 업체를 모셔올 수 있고,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비용 걱정 없이 바로 테스트해 볼 수 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못할 자신이 없습니다. (너무 건방져 보이나요 ㅎㅎ;;)
더 힘들었던 시절에도 기죽지 않고 해냈는데
금전적으로 여유 있고 좋은 동료들도 많아진 현시점에 무엇이 두려울까요?
그 시기에 쌓인 악바리 정신이 제 내면의 두려움을 참 많이 없애준 것 같습니다.
매월 제 계좌에 꽂히는 월급, 회사에 가면 늘 있는 커피와 간식, 늘어나는 식대와 복지들까지 그 어느 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혹한기의 시장 상황은 저희가 안일하거나 무능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동료들 모두 개인의 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밤낮 구분 없이 열심히 했으나, 시장의 상황은 저희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어쩌면 현재의 성장 그래프가 저희가 잘해서만 달성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내 노력 없이 요행이나 바라며 운에 기대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현재의 상황을 감사히 여길 줄 알고 언제 다시 위기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적어도 내 의지로 할 수 있는 노력을 더 들여 조금이나마 이 행복의 순간을 더 길게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스타트업계 상황을 보면 혹한기를 넘어 빙하기란 표현을 많이 봅니다.
어떻게 이 시기를 극복해야 할지 방법은 잘 모르지만,
혹시라도 모두의 노력과 약간의 운이 더해져 이 시기를 잘 극복해 낸다면
여러분들에게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그러나 두 번 사고 싶지는 않은) 경험과 좋은 동료들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모두 힘든 시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고 파이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