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25년은 내게 아홉 수였다
2025년의 마지막 일요일이다.
한 해를 정리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감정이 무거워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 가볍게라도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겨보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적어두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2025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전혀 다른 팀에서 일을 했다.
목적도, 색깔도 다른 팀에서 일하다 보니 배움의 결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기존에는 없던 현장 기반의 사고를 요구하는 팀이었다.
경력 1년 이내의 신규 멤버들과 함께 일했고,
당장의 수익성보다는 미래의 방향성에 더 방점을 둔 신사업 조직에 가까웠다.
기존 세일즈가 ‘마이클을 모르는 정비소’를 대상으로 했다면,
신사업에서의 세일즈는 이미 파트너인 분들에게 한 단계 위의 개념을 설득해야 하는 일이었다.
단순히 기능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마이클의 가치를 다시 인식시키고 더 큰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야 했다.
파트너와의 라포 형성과 파트너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성공 확률을 높이고,
새로운 성공사례를 쌓아나가는 경험은 이전과 전혀 다른 배움이었다.
사장님 인터뷰, 프로덕트 온보딩, 성공 사례 포스팅, 영상 광고 기획, 강의 촬영, 세일즈 CRM 도입까지.
성공 확률을 1%라도 높일 수 있다면 내 일, 네 일 가리지 않고 다 했다.
“제가 이걸 왜 해야 되나요?” 대신 “이걸 하면 도움이 될까요?”를 먼저 물었고,
그 태도 덕분에 다양한 경험과 함께 배움과 팀원의 신뢰를 동시에 얻을 수 있었다.
‘현장에서의 만족스러운 경험’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매주, 매월 우리가 정말 잘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순간들이 반복됐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방향에 대한 확신은 있었지만
이 노력이 비즈니스 성장에 직접 기여하고 있는지는 스스로도 명확히 말하기 어려웠다.
노력의 크기는 커졌는데 체감 성취나 주변의 인정은 오히려 줄어든 느낌.
이 부조화는 어느 순간 꽤 불편하게 다가왔다.
만약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떻게든 평가 기준을 계속 만들고 그 기준이 비즈니스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끝까지 집요하게 고민해 볼 것 같다.
하반기에는 마이클의 성장성을 직접 책임지는 타이어 TF로 이동했다.
매출과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조직이었고, 팀원들 역시 마이클 내에서 가장 오래된 경력자들이었다.
상반기의 연장선이기도 한 배움이다.
데이터를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건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내가 한 노력을 정확히 평가하지 못하는 상태이기도 하다.
타이어는 1~2%의 할인율 차이로 수익성이 크게 갈리는 상품이다.
가격 민감도가 높은 만큼 할인율, 물류비, 보관 비용, 판매 볼륨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정말 많다.
이전의 세일즈가 공감과 미래 비전을 중심으로 했다면,
타이어에서는 그동안의 성과와 구체적인 숫자를 기반으로 대화가 이뤄진다.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내가 데이터에 대해 가장 잘 이해하고,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어야 했다.
그동안 마이클에서의 세일즈는 ‘판을 깔아주는 역할’에 가까웠다.
커버리지 확장, 파트너 인터뷰, 시장성 검증 등 프로덕트가 잘 작동하도록 돕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타이어 TF에서는 기존 거래처와의 협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고,
잠재 B2B 거래처를 발굴하는 등 보다 직접적인 성과를 요구받는다.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새로운 도전이고 2026년에 꼭 의미 있는 기여를 해보고 싶은 영역이다.
마지막은 마인드셋의 변화다.
적은 인원으로 덩치가 큰 프로덕트를 운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당백의 역할이 요구된다.
이는 곧 능동적으로 사고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제는 단순히 세일즈를 잘하는 것을 넘어,
사업의 방향성과 임팩트의 크기를 가늠하며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늘 가장 빠르게 달리는 데 집중해 왔던 나에게
“더 멀리 가기 위해 지금은 걸어야 한다”는 선택은 여전히 쉽지 않은 결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성장하는 만큼 나 또한 성장해야 하기에 기꺼이 도전해보려 한다.
과유불급이라 생각해 가장 기억에 남고 2026년에도 가져가고 싶은 것들만 추려봤다.
25년을 돌아보면,
아홉 수는 이미 지났지만
올해만큼은 스스로에게 ‘아홉 수 같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쉽지 않은 한 해였다.
그럼에도 주저앉지 않고 꾸준히 나아간 나 자신에게 “고생 많았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2026년은 조금 더 단단하고, 조금 더 기억에 남는 한 해로 만들어보고 싶다.
모두들, 2025년 한 해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