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적인 목표와 함께하는 사람의 힘
올해 기타를 시작하려 했습니다.
친구가 쓰던 꽤 괜찮은 기타를 주기도 했고, 악기 하나쯤은 다루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기에 새해라는 명분을 빌려 시작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레슨비 정도만 알아보고 미루다 지금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친척 동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롤 내전을 오랜만에 해보자는 제안이 나왔습니다.
(롤 내전이란? 리그오브레전드를 다 아는 사람끼리 5:5 팀전으로 하는 것)
30대에 접어들고 나서는 실력 차가 너무 벌어져 거의 손을 놓고 있었는데, (마지막 내전이 2년 전)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상하게 호승심이 불타 5월 중에 한 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불리하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5명 중 그 누구도 투덜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함께 시간을 맞춰 연습 게임을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승리해 봤자 커피 쿠폰과 재밌는 추억이 전부지만, 함께 준비하는 이 시기의 우리는 프로팀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두 장면을 나란히 놓고 보니, 한 가지 차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기타를 치려 했던 이유에는 큰 목표가 없었습니다.
굳이 부여하자면 '재밌어 보여서, 할 줄 알면 좋을 것 같아서' 정도.
함께할 사람도 없다 보니, 시작할 이유보다 조금 미뤄도 되는 이유를 먼저 찾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반면 롤 내전에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전력이 뛰어난 상대를 향한 도전적인 승리.
그리고 그 승패에 누구보다 몰입하는 사람들이 함께였습니다.
만약 내전 제안에 친구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면 저도 딱히 하려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재밌겠다며 자신이 현재 할 수 있는 것을 복기해 보고 일정을 조율해서 연습하려는 모습을 보니 결과와 상관없이 준비하는 과정마저 소중해졌습니다.
과거 일을 하다 보면 문득 무기력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저는 습관적으로 원인을 제 안에서 찾으려 했습니다.
체력 문제인지, 집중을 못하는 것인지,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런데 롤내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겪으면서 다시 돌아보니
목표에 제대로 얼라인되지 못하는 동시에 사람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것 같습니다.
내 능력의 문제가 아닌데 이상한 데서 원인을 찾고 있던 것이죠.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좋은 사람과 도전적인 목표가 함께할 때 비로소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힘들 땐 스스로를 너무 다그치는 대신 현재의 상황을 꼭 함께 복기해보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