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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May 29. 2020

그렇게 나는 동화되어 간다

낯선 풍경

    탄자니아에서 거리 소년들을 위한 보육시설을 준비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이 찾아왔고, 치료를 위해 우간다로 건너갔던 때였다.


    물리치료를 받고나니 오후 5시가 조금 넘어선 시간이기에 저녁식사를 해결하고 숙소로 돌아가려는 생각으로 근처 식당을 찾아 들어갔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간단히 햄버거와 음료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무심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무심코 창밖을 바라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황량한 먼지바람이 사람들을 떠밀고, 갈 곳 잃어 방황하는 쓰레기들을 이리저리 흩어놓고 있는 모습이 너무나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갖가지 색상의 옷으로 치장했지만 나에겐 그저 빛바랜 흑백필름에 다름 아니었다.

    이곳 아프리카에 온지 벌써 7개월이 되었고, 현지인들은 물론 음식에도 익숙해진지 오래건만.  그동안 단 한 번도 외국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영어를 사용해야 했지만 외국 생활을 하고 있다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  이제야 나는 ‘여기가 아프리카구나. 여긴 더 이상 내가 살던 한국이 아니구나.’하고 현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이국땅에서 처음 느껴보는 낯선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때, 음식을 들고 온 점원이 나를 바라본다.  아프리카 사람이다.  내 마음을 안다는 듯이 살짝 웃기에 나도 따라 웃었다.  


    음식을 받고 꾸역꾸역 입에 집어넣고 있는 동안, 나는 낯선 풍경의 일부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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