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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싼타페 May 26. 2020

알 수 없는 브런치 심사 기준

관종의 DNA 발견

    우연히 ‘나도 작가다 공모전’ 광고를 보고 예전부터 마음 한 켠에 담아두었던 작가의 꿈이 되살아났다.  그렇다고 평소 글을 써온 것도 아니건만 나로 하여금 집에만 있게 만든 코로나 핑계로 이참에 한 번 해볼까하는 욕심이 생겼다.  될 리는 없겠지만 ‘도전’에 의미를 두고 한 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난생 처음 보는 ‘브런치’라는 앱을 다운 받았다.


    어머나, 이게 웬일.  나름 넉넉하게 지원하려 앱을 열었는데 작가 심사가 있다는 안내문이 뜬다.  10일이 마감일인데 오늘이 6일.  이걸 어쩌나.  심사에만 4~5일 정도 걸린다는데 될라나?  부랴부랴 브런치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준비해서 접수했지만, 이번에도 도전 못하나보다 여겼다.


    다음 날 메일이 왔다. 심사에 통과되었으니 글을 발행할 수 있다고.

    ‘아, 심사는 그냥 형식이었구나.’

    그렇게 심사용 글을 연습 삼아 발행하고, 두 편의 글을 공모용으로 준비해서 주말에 하나씩 발행했다.

    그 때만해도 전혀 알지 못했다.  심사가 결코 형식이 아니었으며 여러 번 심사에 도전하신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작가에 대한 꿈은 있지만 결코 글을 잘 쓰지도 못할 뿐더러 틈틈이 글을 썼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런데 합격 메일이라니.  몇 번의 고배를 마셨던 선배 작가님들의 후기를 읽어보니 더더욱 이해가 안 되었다.  다른 사람을 합격시킨다는 것이 잘못 클릭해서 그런가보다.  그 외에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없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글을 올렸는데 아픈 기억들이 떠올랐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가자고 이참에 오랜 시간동안 외면했던 상처들을 글로 다스려보자.  글은 자가치유의 능력도 있다고 있으니 해보자.  앞으로 6개월은 시간이 넉넉하지 않은가.


    막상 글을 쓰려니 잘 안 써진다.  행복했던 기억들을 하나씩 끄집어내어 풀어보자.  아무래도 육아의 시간이 가장 편안한 행복을 느낀 때가 아닐까.  십 수 년이 지났기에 몇 안 되는 강한 기억들만 남아 있지만 일단 시작하기에는 부담이 없었다.

    글을 올리고 다음 날 아침에 앱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한 자리, 두 자리를 오가던 조회수가 1,062회라고 떡 하니 떠있었다.  기쁘기보다는 어리둥절했다.


    그때부터였다.  수시로 앱을 열어 조회수를 확인하는 새로운 습관이 생긴 것은.  조회수가 얼마나 올라갔나 확인하는 맛이 쏠쏠했다.  육아 일기 두 편을 더 올리고는 계속 조회수를 확인했다.  조금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놀라운 조회수였다.  육아 이야기가 잘 먹히나보다.


    큰 녀석이 어리둥절해하는 내 모습을 보고 왜 그런지 궁금해서 폰을 확인한다.  그러더니 낄낄대며 지 엄마랑 동생에게 보여준다.  이번엔 셋이 낄낄대며 뒤집어진다.

    오, 이런 반응 좋아.  내가 원하던 게 이런 거야.  다른 사람들이 어쩌든 간에 아빠가 쓴 글이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된 거야.  살짝 머쓱해지기도 했지만 이어지는 가족들의 칭찬에 어깨가 스윽 올라간다.  가족들에게 인정받는 느낌.  정말 좋지 아니한가.


    기분 좋은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데 한 줄기 의문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나 어떻게 작가 신청에 바로 합격했지?’

    만 단위의 조회수를 가지고 계신 작가님들의 글을 봐도 한 번에 합격한 분들이 없던데.  브런치에 물어보자니 오류였다며 취소하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물어도 못 보겠다.  궁금하긴 엄청 궁금하지만 참자.  오류 맞을 거야.  그거 말고는 답이 없어.  심사팀도 사람인데 오류가 없을라고.


    궁금함과 즐거움이 한데 뒤엉켜 묘한 쾌감을 느끼고 있는데 알람이 울린다.

    ‘딩동, 구독자가 70명을 돌파했습니다!’

    오, 예스!


    기분좋은 하룻밤을 보내고 일어나 확인하니 248.  많이 내려갔지만 여전히 높다.  그런데 한편으론 서운하다. 그 유명한 3일천하라니.  


    그러고 보니 나에게도 관종의 DNA가 있었구나.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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