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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근영 Jan 25. 2020

떠나고 만나고 돌아온다

내가 여행에 대하여 쓰는 이유

 여행을 많이 해본 것은 아니다. 여행을 하면서 남들을 놀라게 할 대단한 일을 겪은 것 또한 아니다. 그러함에도 나는 여행에 대하여 쓴다. 고故 신영복 교수의 ‘담론’에 나온 글을 통해 그 이유를 말할 수 있다. 그는 책의 한 꼭지에서 여행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여행이란 떠나는 것이다.” 익숙한 공간을 떠나고, 자기의 성城을 벗어나는 것이 여행의 가장 첫 번째 의미입니다. 그다음이 ‘만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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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떠나고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자기가 익숙한 공간과 사고를 결별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처음 기행 계획을 짜면서 벌써 그것이 예감되었습니다. 여행지를 어디로 정할 것인가? 그 단계에서 벌써 새로운 것을 만나기 어려운 기획을 내가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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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행은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종착지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변화된 자기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조는 비단 여행에서만 확인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하면 여행만 여행이 아니라 우리의 삶 하루하루가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소통과 변화는 모든 살아 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입니다. 부단히 만나고, 부단히 소통하고,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 우리의 삶입니다. 여행도 그렇고, 우리의 삶도 그렇고, 우리가 함께 만들고 있는 인문학 교실도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떠남과 만남과 돌아옴 중에서 가장 결정적인 것은 만남입니다. 다른 사람과의 만남 그리고 자기와의 만남입니다. 떠나는 것도 그것을 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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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돌아오는 것’입니다. 떠나고 만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그 전 과정이 자기 변화로 이어지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것은 아무리 멀리 이동하고 아무리 많은 것들을 만났더라도 진정한 여행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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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떠남, 만남, 그리고 돌아옴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것은 자기를 칼같이 떠나는 것입니다.   



 이 책을 언제 처음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처음 이 꼭지를 읽었을 때, 나는 고故 신영복 교수가 말한 여행과 지난날의 나의 여행이 꽤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떠나고 만나고 돌아온다. 나의 여행이 그랬다. 자기를 칼같이 떠나지도 못했고 여행을 떠난 매 순간 변화된 자기로 돌아왔던 것은 아니지만 여행은 대부분의 순간 나를 바꾸었다. 대부분의 여행이 내 삶에 있어 터닝포인트가 되어주었다. 여행은 일상의 의무와 고뇌에 덮여있는 나 자신에 대해서 사고하도록 했고 따라서 나 자신에 대해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또한 여행은 굳어있던 나의 사고를 깨고 새로운 사고를 불어넣어 주었다. 여행 후의 내 삶은 여행 전의 내 삶과 여행의 경험을 단순히 합한 ‘1+1’이 아니었다. 여행의 경험은 내 삶의 전반에 녹아들어 내 사고구조와 내가 삶을 대하는 행동의 방식을 변화시켰다. 여행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은 내 삶의 변화 양상에 대해서 서술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나는 여행에 대해서 쓴다. 내가 얻었던 수많은 경험을 조금이라도 더 진실에 가깝게 전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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