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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다약시 May 08. 2021

살면서 하나쯤은 필요한 공간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곳

살면서 나만의 공간이 하나쯤은 필요하다는 걸 체감하는 순간이 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집은 나의 모든 상처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공간이라고 한다.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집에는 나의 모든 희노애락이 담겨있다.


난 13살에 현재 살고있는 집으로 이사를 왔다. 지금 벌써 29살이니 16년째 이 집과 함께하고있는 셈이다. 그 작은 나의 방에서 모든 성장기를 녹여왔다. 함께한 세월만큼 그 집에는 나의 모든 상처가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이다. 물론 함께한 기쁜 순간도 참 많았다. 이삿짐을 싸며 남의 집을 전전하던 세월동안 갖지 못했던 나의 방을 오롯이 가질 수 있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손에 꼽히는 참 행복한 순간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집은 오롯이 나의 문제와 생각에만 집중하기에는 참 거슬리는 모든것들이 많다. 책상에 쌓여져 있는 나의 옷가지들과 문서더미들. 책장에 쌓여있는 평소에는 보이지도않던 조그마한 먼지들. 또 항상 나를 유혹하는 포근한 침대와 이불 등에 시선을 뺏기다보면 결국 나의 생각과 고민에는 다가가지 못한 채 하루가 흘러가버리고 만다.  


이러한 시간을 줄이기 위한 나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나의 생각에 집중 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그것을 여행으로 풀어왔다. 아무도 없는 아무것도 모르는 나만이 알 수 있는 공간으로 훌쩍 떠나 그 공간과 시간속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나의 고민들은 해결되었다. 물론 갔다 온 다음에는 현실에 부딪히곤 했지만 여행 후의 현실은 생각보다 견딜만 했다. 이미 별것도 아닌 일이라고 치부되어 버렸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이러한 공간이 사라져버리고 말았고 한동안은 우울감에 시달렸다. 누구나 겪는 코로나우울이 심각하게 나를 옥죄었다. 모든일이 하기싫고 그냥 침대에 누워 하루를 보내게 만드는 힘든 나날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나 뿐만 아니라 누구나 겪는 상황이고 이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면 나는 그저 바보같이 세월만 흘러보내는 몸만 남는 상황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찾아다녔다. 나만의 공간을.


그래서 집중하게 된 것이 카페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료인 커피와 다양한 공간이 주는 그 즐거움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예쁘고 좋다는 공간을 지닌 카페들을 돌아다니면서 느꼈던 점은 나만 그렇게 느낀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모두가 같은 허무함을 느낀 탓인지 모르겠지만 항상 그런곳은 사람이 넘치도록 많았다. 발을 디디는 순간 너무 많은 인파에 놀라 허겁지겁 문을 닫고 나오기 일쑤였다. 그리고는 결국 주변에 한적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한잔을 마시곤 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며 결국 유명하고 이쁜 카페는 나에게 쓸모 없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는 동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지금 위의 사진에 담긴 이곳은 요즘 나의 가장 큰 공간 중 하나이다. 엄청나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저렴한 커피한잔의 가격에 이 좋은 식물들과 함께할 수 있다.



신기한 점은 이곳은 테이크아웃은 텀블러 아니면 금지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사장님의 신념이신지 1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곳이다. 빨대는 옥수수전분빨대를 사용하고있으며 모든 잔은 유리잔이다. 또한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심지어 반려견을 위한 펫밀크까지 판매한다.


이런 신념을 가진 곳이라 뭔가 이곳에서 나의 문제에 대해서 혼란스러울 때, 내가 가진 생각을 곧게 밀고 나가자는 다짐을 하게된다. 나의 신념에 세상을 맞추게해야하는 당당함이 필요한 순간이 생길때마다 이곳을 찾는다. 그러나 절대 조화로움을 잊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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