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래 사귄 기간만큼 나에게는 다양한 남의 연애 이야기들이 들려오곤 한다. 그들에게 나는 연애의 먼 길을 걸어본 사람이고 그만큼 나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애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몇 가지 궁금증에 대해 알 수 있었는데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중 하나는 상대와 본인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맘이 작아지냐는 것이었다.
나와 너가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연애를 별로 해본적이 없으니 당연한 물음이었다. 하지만 해당 물음에 대해서는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별로 없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마음이 멀어진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건 정말이었다.
내가 유학을 갔을 때, 네가 군대를 갔을 때, 우리 둘의 사이에는 엄청난 거리가 있었다. 특히 내가 유학을 갔을 때는 정말 최악이었다. 1년여의 시간 동안 우리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겨우 영상통화나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때 너는 너만의 힘든 일이 있었고, 나는 나만의 힘든 일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결코 서로에게 그것을 털어놓을 수 없었다. 서로 본인의 힘든 일로 상대를 힘들게 하기 싫어서였겠지. 근데 그건 지나친 배려였다. 그것은 우리의 사이가 멀어진다는 시작점이었다. 그걸 그 당시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우리의 연애는 남들과는 조금 다른 연애라고 생각했다.
다들 헤어진다는데 우리는 잘 만나잖아.
근데 그것은 지나친 오만이었다. 유학이 끝나고 만났을 때 우리는 서로 달라져있었다. 너는 너의 삶에, 나는 나의 삶에 적응되어 있었다. 우리는 서로 힘듦의 포인트가 달라져 있었다. 물론 힘듦의 시작은 아주 사소했지만 그 어떤 설명도 없던 사이에 힘듦은 각자의 크기를 키워나갔다. 그것이 풀리는 데는 조금 오래 걸렸다. 계속 작고 큰 다툼이 일어났다. 힘들다고 말하는 건 금기가 되어갔다.
특히 나 자신에게는 더 엄격했다. 유학을 결정한 것도 나였고 그에 따른 우리 관계의 변화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 자신에게 있으므로 더욱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냥 그때 솔직하게 이야기했었어도 되었을 텐데 쓸데없는 책임감에 더욱더 우리 사이는 멀어져 갔었다.
하지만 시간이 서서히 흘러가면서 조금씩 서로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 시작했다. 그 누구가 먼저 시작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냥 느낌이 이야기해야 될 것 같았다. 아니면 우리의 사이는 절대 지속될 수 없었다. 절벽 끝에 다다른 그 느낌이 모든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큰 밑바탕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자주 모든 것을 이야기했다. 그 모든 힘듦이 결코 서로의 탓이 아니라는 것. 그것을 깨닫는데 꼬박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게 정말이라고, 그와 너의 상황이 그렇게 만들어버린다고.
만약에 정말 놓치기 싫은 사람이라면 몸이 멀어지는 선택은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