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일을 하다보면 1일 1잔은 필수가 된다. 괜히 커피가 직장인들의 마약, 직장인들의 기호식품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한잔의 커피를 마시다보면 내 자리에는 일회용 컵들이 쌓이게 된다. 일을 하다보면 정신이 없어 보통 3일에 한번 싹 컵을 모아 분리수거를 하곤 하는데 이때 겨우 한번 먹은 컵들이 모이고 모여 6~7개가 되곤 했다.
이렇게 하나 둘 쌓이는 컵
어느날은 이 컵들을 버리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1번만 쓰고 버릴만큼 퀄리티가 낮지도 않은데.
그래서 시작해보았다 나의 텀블러 생활을.
그렇게 회사에서 나눠주는 텀블러 하나와 회사 언니의 남는 텀블러를 받아 총 2개의 텀블러로 한 달 넘게 지내보았다. 한달을 지내보니 텀블러를 꾸준히 사용하기가 왜이렇게 힘든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회사 생활을 하며 텀블러를 사용한다는건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으나 조금 많이 귀찮은 일이었다. 특히 2가지 이유로 인해 가장 귀찮음을 느꼈다.
첫째로, 커피를 사러갈 때 텀블러를 항상 소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커피를 사러갈때는 그냥 빈손으로 가서 주문한 커피를 픽업 한뒤 다시 들고오면 끝이었다. 하지만 텀블러를 사용하면 이것을 들고 아래 매점까지 내려가서 주문을 한 뒤에 텀블러에 담아달라고 이야기를 하고 내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들고 와야 했던 것이다.
기존과는 다른 프로그램이 조금 귀찮기도 했다.
또한, 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사러갈때는 간단히 앱으로 주문을 해서 내려간 뒤 바로 찾아오면 되었다. 하지만 일단 앱으로 주문하더라도 텀블러를 내밀어야만 커피를 건네주기 때문에 생각한 것보다 시간이 오래걸렸다.
둘째로, 컵을 매일 씻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물과 커피를 동시에 먹는 날이 많다보니 플라스틱과 스테인레스 텀블러를 사용했었는데. 이것들이 은근 까다로운 녀석이었다.
플라스틱 텀블러(콜드컵이라고도 한다)는 잘못 세척하게 되면 음료의 냄새 혹은 색이 배어들었다. 이 냄새와 색은 베이킹소다와 식초를 통해서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돌고돌아 스테인레스 컵으로 올 수 밖에 없다는 걸 알게되었다.
스테인레스 컵 또한 매일 씻어주지 못하는 날이 생기곤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 어느날부터 이상한 냄새가 나곤 했다. 그러면 집에 가져가서 베이킹소다와 식초에 담궈놓고 냄새를 빼줘야 하는 작업을 추가로 해줘야 했다.
이 뿐만 아니라 텀블러에 달려있는 빨대를 세척하기 위해 빨대용 솔을 구매해야했고 매일 텀블러를 씻을 때 빨대까지 같이 씻어줘야 했다. 만약 텀블러처럼 가끔 까먹고 세척시기를 놓친다면 역시 베이킹소다와 식초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느날은 이 모든게 귀찮아져서 이 컵이 아까운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내가 노력을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나의 귀찮음으로 주마다 6~7개의 컵이 덜 버려진다면 조금은 할만한 귀찮음인 것 같다.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해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