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생각에 헛발질을 할때마다
이제 그만 내 자신을 인정하고 싶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오면서 그 누구나 그렇듯이 나 또한 지우고 싶은 순간이 있다. 쥐구멍에 숨고싶은 그런 순간이라던가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한해를 지날수록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오는 그런 낯뜨거운 순간들 말이다. 이런 순간들이 문득 머릿속에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럴때는 내가 어떻게 살아온것인지 이따금 돌아보게 되는 반성의 시간을 준다. 물론 그 기억을 일단 지우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되지만 말이다.
후회는 정말 시도때도 없이문득 찾아오곤 하는데 그럴때는 정말 견디기가 힘들다. 최근에는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부끄러운 생각에 내가 무얼 하고 있는지 잊고는 혼자 '그건 정말 아니었다'면서 중얼거리곤 했다. 또 어느날은 자려고 눕는데 문득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행동들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아버렸다. 왜 내가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 후회가 밀려들었고 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잠이 달아나 버렸다.
정말 나만 이렇게 문득 떠오르는 생각에 부끄러운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범죄를 저지른것도 아니고 그 누군가를 괴롭힌것도 아니다. '그냥 왜 그 선택을 했을까' 단순한 의문이다. 하지만 그 선택을 했던 내 자신에 대해 내가 지독하게도 용서하고 있지 못하고 있나보다. 왜 그때 그 과목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그때 결국 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는지, 왜 지금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지,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기초가 된 사건들이지만 더 좋은 선택이 있을 수는 없었는지에 대해 또 한번 고민해보게 된다. 가끔은 너무나 큰 후회에 그 사건들을 아예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그런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 경험들에 의해 내가 한단계 더 발전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정할 수가 없다. 그 선택에 있어서 장단점을 정확히 알아버렸기 때문에 또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을 때 그때보다는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선택을 위해 그동안 견뎌왔던 수많은 후회들을 생각해볼 때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현명하게 과거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싶다. 과거를 생각하며 허공에 헛발질을 해대는 그런 내가 아니라 그 과거가 문득 떠올랐을 때 '그래도 잘 견뎠어. 그래도 그때 잘했어' 라며 나를 인정하고 용서할 수 있는 그런 내가 되고싶다. 하지만 그때가 과연 올 수 있을까 모르겠다. 그래도 계속 노력해봐야지. 억지로라도 그렇게 나를 용서하고 칭찬해준다면 그 과거가 문득 떠오르던 어느날 내 자신을 보며 웃을 수 있지 않을까.